재밌는 인테리어? 부적절 性소비? 여성 립스틱 자국 男화장실 전시 논란

      2020.05.21 10:38   수정 : 2020.05.21 10: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조양방직이 남자화장실에 여성 입술자국이 찍힌 물건을 전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여성 손님이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로, 티슈와 컵 등에 날짜까지 새겨서 남자화장실 벽에 걸어 둬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카페 측은 논란이 되자 즉각 전시물을 철거하고 잘못을 시인했다.




■알몸 사진 곁에 립스틱 묻은 컵과 휴지
21일 조양방직 이용자 등에 따르면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카페 조양방직 남자화장실에 여성 입술자국이 묻은 컵과 티슈 등이 최근까지 전시됐다.

게시물은 모두 10여개로 여성 입술자국이 찍힌 일회용 컵과 티슈가 액자에 담겨 화장실 벽면에 걸렸다.
액자 아래엔 입술이 찍힌 물건을 수거한 날짜로 추정되는 숫자가 검은색 글씨로 적혔다. 곁에는 여성의 알몸 사진도 걸려 있었다.

이중 가장 오래된 것은 지난해 1월 9일로, 여성 입술자국이 찍힌 티슈다. 조양방직은 이밖에도 1년 이상 여성 입술자국이 찍힌 티슈와 컵 등을 모아 예술작품처럼 남자화장실 벽면에 게시했다.

반면 여성화장실엔 같은 전시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양방직 측은 “화장실을 재미있게 꾸미는데 집중해서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친 게 사실”이라며 “어떤 분들은 불쾌하다며 신고할 거라고도 하던데, 명백히 저희가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있고 사과드릴 용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양방직은 지난주 일부 이용자가 이를 문제 삼자 게시물을 제거했다. 게시한 지 1년여 만이었다.

조양방직 관계자는 “카페에 오신 분들이 불편하다고 문제제기를 하셨으면 바로 뗄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부적절한지를) 몰랐다”며 “카페가 오픈하고 계속 바뀌어가는 과정이라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번 일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신체 분절적 전시 관행의 연장"
남자화장실에 부적절한 인테리어가 들어가 논란을 빚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카페나 술집에서 △남자가 벽을 타고 여성을 몰래 바라보는 형태의 화장실 표기를 사용한 사례 △남자 소변기 앞에 여성의 입을 인테리어 형식으로 박아놓은 사례 △성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문장 다수를 벽에 게시한 사례 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여성의 몸을 분절적으로 전시해 성적으로 소비하는 그런 문화의 연장이라고 본다”며 “(여성이 버리고 간 물건을) 습득해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전시했다는 건 이런 행위에 부끄러움도 없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려고 했다는 건데, 여성의 몸을 화장실 배설행위로 연결하는 이런 성문화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법적처벌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다. 최지희 변호사(변호사시험 4기)는 “손님이 립스틱 자국이 묻은 휴지를 버리고 간 걸 전시물로 이용한 경우, 설사 손님이 휴지를 버리고 감으로써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사후에 화장실에 전시되는 것까지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만일 손님이 카페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위자료 청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인정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누가 휴지와 컵을 누가 버린 지 파악하기 어렵고 피해액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 변호사는 이어 “화장실에 전시된 립스틱 자국이 음란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나 입술이라는 신체의 일부만으로 피전시자가 특정되는지의 문제로 음란물유포죄나 초상권 침해는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양방직은 매주 5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유명 카페다.
1958년 폐업한 과거 방직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월 카페로 문을 연 뒤 큰 인기를 얻었다.
1년 여 만에 강화군은 물론 인천을 대표하는 유명 카페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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