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 원문공개 천차만별··· 알권리에 문닫는 檢

      2020.05.23 10:00   수정 : 2020.05.23 10: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기관의 투명성 증진을 위해 도입된 원문공개제도가 기관별로 운용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문 대부분을 공개하는 투명성 높은 기관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원문공개율이 낮은 기관은 갖은 이유를 들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사이에서도 공개율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막무가내 운용에도 공개를 강제 및 독려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이 근본적인 이유로 지적된다.



■'해도, 안 해도 그만' 천차만별 원문공개율

23일 일선 공공기관 다수에 따르면 원문 공개에 대한 지침이 기관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기관의 경우 법에 따라 제공 가능한 정보 원문을 최대한 공개하도록 한 반면, 일부 기관은 공개하지 않을 정보 원문을 폭넓게 지정하고 있는 상태다.

일례로 원문공개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평균 공개율이 50%를 조금 넘는 가운데, 우수기관과 열등기관이 극명하게 나뉜다.

올해 기준으로 우수기관을 살펴보면 예금보험공사와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으로, 이들은 기관장 결재 내부문건 100%를 외부에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반면 열건 중 한건도 채 공개하지 않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95건 중 5건을 공개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385건 중 17건만을 공개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개한 문서는 755건 중 31건에 불과했다.

이들 기관은 원문공개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경우 2017년 11.4%에서 올해 5.3%로 6.1%p 낮아졌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은 31.6%에서 27.5%p가 급락한 4.1%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문의하자 “심의·선정 및 평가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어, 업무특성상 기밀 유지가 필요한 비공개 정보(외부위원명 등)가 문서에 포함됨에 따라 원문공개율이 낮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역시 “타 기관 대비 (공개율이) 낮은 건 인지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거나 하는 등 비공개사유에 해당되는 문서가 많아 공개율이 낮아졌다”고 해명했다.


■같은 교육청인데 3배 차··· 이유는?

국회는 지난 2013년 정보공개법 제8조의 2 조항을 신설해 정부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조항은 중앙행정기관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 중 공개대상으로 분류된 정보’를 국민이 요청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공개하도록 한다.

하지만 정보의 공개대상 여부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민감한 부분만 가리고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보완조치도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공공기관별 원문공개율이 수십배씩 차이가 나지만 공개율이 낮은 것을 이유로 불이익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법이 원문공개율이 낮더라도 실효성 있는 규제를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공개가 기관의 의지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동급 기관의 공개율 차이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역시 원문공개 의무를 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경우 2019년 기준 공개율이 최고 57.1%(울산광역시교육청)부터 최저 19.7%(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까지 천차만별이다. 주목할 점은 두 교육청이 직전 년도인 2018년과 2017년엔 공개율이 모두 20%대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8년 이후 울산은 공개, 제주는 비공개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2018년이 교육감 선거가 이뤄진 해라는 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국민 알권리 '나몰라라' 檢

한편 원문공개 의무를 지는 모든 기관 가운데 가장 의지가 없는 기관은 단연 검찰이다. 검찰은 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2014년엔 7.4%, 2015년 4.1%, 2016년 1.6%로 갈수록 불투명해졌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엔 더욱 악화돼 2017년 0.6%, 2018년 0.2%, 2019년 0.1%로 극명히 퇴보했다.

수사기관 특성 상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천 건의 정보 중 채 10건을 공개하지 않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비공개 대상 정보를 많이 다루는 경찰과 감사원, 외교부와 국방부 등이 검찰보다 확연히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국민의 알권리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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