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노무현의 시대'.."착한 사람이 이긴다"
2020.05.23 16:48
수정 : 2020.05.23 16:48기사원문
#. "대통령의 눈높이는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와 같은 곳에 있게될 것입니다. 남대문시장에, 자갈치시장에, 동성로에, 은행동에, 금남로에 찾아가서 서민들과 소주잔 한 잔을 함께 기울일 줄 아는 따듯한 대통령이 되고자 합니다"
#.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듭시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뒤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지율 3%도 되지 않는 군소후보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 들었다. '지지율 꼴찌'였던 그가 대선 경선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다소 우발적이고 무모했다. 그러나 그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시민 노무현', 새시대의 씨앗을 뿌리다
그는 저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대선 경쟁에 뛰어든 이유로 이인제 전 의원의 존재를 언급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의 정치행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하며 그를 견제하기 위해 대선에 뛰어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이인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스스로를 험지와 사지로 몰아 넣었던 계란 노무현은 또다시 견고한 바위에 달려 들었다.
많은 지지자들로부터 '바보 노무현'이라는 타박까지 받았지만, 결국 노무현은 노무현이었다.
그는 역사의 파도 위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극복과 반칙과 특권으로 점철된 기득권 문화를 깨부수자는 노무현의 뒤엔 '시민'이 있었다.
개혁과 혁신을 주장했던 그의 목소리는 평범한 보통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바보 노무현'의 일생은 감동을 줬고 원칙과 신뢰, 상식과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그의 삶은 시민의 힘을 조직했다.
그의 정치적 멘토였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조차 "노무현은 민주당에서도 곁가지 중에 곁가지"라고 표현했지만 '시민후보 노무현'은 16부작 정치드라마를 써나가며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2002년을 달군 정치드라마가 먼 바다로 흘러나와 2020년 정치지형을 송두리째 뒤바꿀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성큼 다가온 '노무현의 시대'
노무현과 함께한 노무현의 친구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한국정치의 주류로 떠올랐다.
한 때 스스로를 '폐족'이라 자처했던 그들은 20년 전 노 전 대통령이 뿌린 씨앗 위에 싹을 틔우고 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대통령이 됐다. 참여정부 첫 번째 비서실장 문희상은 입법부를 총괄하는 국회의장이 됐다.
참여정부 국무총리였던 이해찬은 집권여당 대표로 당 개혁을 이끌고 있고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정세균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는 경상남도를 이끌고 있고 김정호, 김종민, 박재호, 전재수, 권칠승, 전해철 등 노 전 대통령의 동지들은 '또다른 노무현'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정치의 중심으로 떠오른 친노인사들은 일제히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선언했다.
23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이제 우리는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남겨놓으신 가치를 남은 저희가 진정, 사람 사는 세상으로 완성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대통령님께서 뿌린 씨앗이 하나씩 싹을 틔워가고 있다"고 말했고 김부겸 의원은 "대통령님이 하늘에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정치적 도전 의사를 강조했다.
참여정부 대변인을 지낸 김종민 의원은 "선거법 개정, 검찰개혁이 다 노무현 대통령 모실 때 했던 일들"이라며 정치개혁, 사법개혁 의지를 다졌다.
정세균 총리는 "사람사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고 말했고 이용선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이 완성하지 못한 사회, 경제적 개혁을 완수할 때"라고 강조했다.
180석 슈퍼여당을 이끌고 있는 친노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가치 계승을 선언하며 '노무현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정치와 권력기관, 교육개혁을 의정목표로 설정하고 21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완수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