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향 풍향계, 기업 제트기 시장 살아날까

      2020.05.24 13:27   수정 : 2020.05.24 13: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업 제트기 시장이 코로나19 위기로 전화위복을 맞을지, 아니면 고꾸라질지가 시장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 제트기는 기업 경영진의 출장에 동원되는 개인 비행기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부상과 함께 장거리 대형 기종이 최근 인기를 끌어왔지만 코로나19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은 기업 실적에 민감히 반응하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안좋으면 곧바로 타격을 입고, 반대로 경제가 살아나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때문에 경기풍향계 역할을 하기도 한다. WSJ은 코로나19가 기업 제트기 시장에 2가지 모순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긍정적인 영향이다. 방역을 위해 공항 검색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진데다 경영진이 번잡한 공항에서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있어 기업의 개인 제트기 수요가 늘게 됐다.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개인 제트기 구입과 운용비용을 충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기업 제트기 시장이 경기변화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동성 높은 시장이라는 오명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줄다리기는 일단 단기적으로 수요 감소로 기우는 모양새다.

이달초 세계 최대 개인 제트기 운용업체인 오하이오주의 넷제츠는 미국과 유럽내 직원 감축과 함께 올해 인수하기로 한 제트기 규모를 약 60대 수준에서 25대로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는 기업 제트기 업체들이 대규모 임시감원과 생산감축에 나서는 부분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

기업 제트기는 또 시승이 필요한 자동차보다도 워낙에 고가인 터라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들이 수차례 시승을 해 본 뒤에야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특성이 있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판매 방식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세스나 모기업인 텍스트론의 스콧 코널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애널리스트들과 전화 회의에서 시승이 재기되기 전까지는 새 고객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일반항공제조업협회(GAMA)에 따르면 지난해 가까스로 상승 흐름을 탔던 기업 제트기 시장은 다시 좌초 위기에 몰렸다.

전세계 기업 제트기 출하 규모는 2008년 1300여대에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1년 700대 밑으로 추락했고, 2018년까지 저조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지난해인 2019년에야 신기종을 돌파구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봉쇄 조처로 다시 수요가 얼어붙었지만 경제재개가 시작되면서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됐던 경기침체 당시와 달리 코로나19로 촉발된 이번 경기침체에서는 기업들의 제트기 매각이 뜸한 것도 고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앰스태트에 따르면 3~4월 중고 제트기 시장에 나온 기업 제트기 매물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낡고 무거운 기종들만이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2008년에는 호화 기업 제트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업 제트기의 약 20%가 매물로 나온 바 있다.

기업 제트기 시장에 다시 황금기가 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금융위기 당시의 급락세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다만 기업 제트기 시장에 대규모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이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경제흐름을 반영하게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현금 보유규모가 급속히 줄어든 탓에 이들이 이전처럼 제트기를 통째로 소유하기보다는 전세 또는 펜션처럼 부분소유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또 제트기 수요도 다소의 팰컨7X, 걸프스트림 G650, 또는 캐나다 봄바르디에의 최첨단 글로벌 7500 같은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장거리의 마진 높은 기종 대신 싸고 작은 제트기로 수요가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둔화로 장기 출장 필요성이 줄어들고, 기후위기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항공기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감안했을 때 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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