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銀 대외채무 급증...환율 뛰면 부담 가중

      2020.05.25 17:53   수정 : 2020.09.16 09: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들어 국내 은행권의 대외채무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외화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지만,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시 대외채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정책과 높은 수준의 은행권 순대외채권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은행권(예금취급기관)의 대외채무는 2183억703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2050억5030만달러) 대비 약 7%, 전년 동기(1964억5700만달러) 대비 약 11% 증가한 것이다. 2년 전(1826억4920만달러)과 비교해서는 약 20% 증가했다. 1·4분기 단기 대외채무는 1140억7700만달러, 장기 대외채무는 1042억9330만달러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시기에 은행권의 대외채무가 이전 대비 눈에 띄게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들이 올 1·4분기 중 선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화 차입을 늘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과 해외은행간 통화스와프(CRS) 및 3월 중 마진콜(margin call·증거금 추가납입 요구)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증권사들이 외국계은행 지점에서의 외화 차입 확대, 해당 외국계은행 지점의 본점 차입 등에 따라 대외채무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은행권 대외채무 증가는 몇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읽힌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시 대외채무 부담이 가중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책임을 둘러싸고 양국이 거친 설전을 이어간데 이어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외화 유동성이 풍부해 대외채무 상환 목적으로 외화를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환율 상승과 대외 불안으로 인해 외국계 자금의 국내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외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통 거래 상대방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해당 부채를 롤오버(roll over·만기 재연장)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 해당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거래 상대방에 담보성으로 제공해야 하며 이 때문에 국내은행의 원화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아울러 대외채무의 증가로 해당 금융기관의 신용도 하락시 외화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악순환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의 시장 상황 및 대응책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코로나19 위기에도 국가적인 대응을 통해 국제적 신인도가 높아졌고, 증시안정펀드 및 채권안정펀드 등을 조성해 외국계 자본의 국내시장 이탈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은 개인투자자들의 달러, 금 등 안전자산 매수세도 환율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4000억달러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대외채무 증가는 코로나19에 의한 일시적인 증가세로 판단되며, 향후 코로나19 백신개발과 감염속도 둔화 등으로 대외채무 증가세는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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