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화사랑’ 복원…기형도 김소진 소환

      2020.05.30 23:08   수정 : 2020.05.30 23:08기사원문


[고양=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문인 기형도-김소진이 그토록 사랑했고, 1980년대 청년대학생에게 군사정권 폭압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백마역 청년주점 ‘화사랑’이 복원된다. 2020년판 화사랑은 추억과 뉴트로 감성 충전소로 기능하며 예전 명성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오는 7월1일 민선7기 2주년을 앞두고 “화사랑을 복원해 일산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산 백마역 근처 애니골 한 켠에 ‘숲속의 섬’이란 카페가 있다. 내부에는 턴테이블, 레코드, 방명록과 같은 수십 년 전 소품과 흔적이 남아있다. 외부는 백마역 철길과 우거진 나무가 1980년대 감성을 일깨운다. 이 카페는 사실 ‘화사랑’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중장년이면 대학시절 한 번쯤 들렀을 법한 80년대 수도권 최고 명소다.


화사랑은 2016년 영업을 중단했으나 고양시는 이곳이 지닌 상징성을 보존하고자 건물주를 설득해 올해 1월 건물을 매입했다. 오는 9월 주민과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화사랑은 원래 1979년 젊은 화가가 연 화실이었다. 친구들이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청년주점으로 바뀌었다. 화사랑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핫 플레이스가 되자 백마역 인근에는 크고 작은 카페 200여개가 생겨나 ‘백마 카페촌’이 됐다.

이곳은 80년대 대학생과 음악인, 문인이 가장 많이 찾는 청춘과 낭만의 거리이자, 교외선을 타고 근교를 찾는 연인의 데이트 명소로 떠올랐다. 기형도-김소진 등 문인과 강산에-윤도현 등 가수가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유인촌-황신혜가 출연한 드라마 ‘첫사랑’ 촬영지로도 캐스팅됐다.

1991년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며 카페들은 사라지고 일산 대표 먹거리촌 ‘애니골’로 대체됐다. 이런 와중에도 화사랑은 명맥을 유지했다. 화사랑 인기에는 경의선 백마역 정취가 한몫 했다. 신촌에서 교외선 기차를 타고 백마역에 내려 걷는 기찻길은 낭만이 넘쳐 예술인에게 영감을 줬다.


고양시는 경의선과 연계해 화사랑에 담긴 추억과 레트로 감성을 최대한 살려낼 계획이다. 7080 라이브 공연, 숲속 인문학 강좌, 중년시민대학 등 알찬 프로그램과 당시 화사랑 공간을 채웠던 문학-음악 동호회처럼 아마추어 동아리가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학교 문학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화사랑을 문화 콘텐츠를 낳는 산실로 활용한다. 각종 드라마-영화 촬영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화사랑 리모델링을 앞두고 28일, 이재준 고양시장을 비롯해 우상호 국회의원 등 연세문학회 출신 인사들과 연극인-문인-주민대표 등 각계각층 인사 10여명이 화사랑에 모여 활용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재준 시장은 “백마역을 품은 경의선 축은 무한한 잠재력을 안고 있다. 화사랑이 그 예다.
중장년은 추억을 소환하고, 젊은 세대는 레트로 감성을 충전하는 포토존이 되도록 일산과 경의선 문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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