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사람도 "홍콩 떠나겠다" … 현실화되는 헥시트 공포

      2020.06.01 18:05   수정 : 2020.06.01 18:16기사원문
홍콩 시민들의 대만 이주신청이 두배로 껑충 뛰어올랐다.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현실화되면서 탈홍콩 행렬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외에도 유럽 등 영어권 국가로 이민상담과 해외 부동산 구입 문의가 늘어나는 등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대탈출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탈홍콩 본격화…대만·유럽 인기

홍콩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주지는 대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31일 홍콩 이민컨설팅업체 미드랜드 자료를 인용, 올 1~4월 약 2400명의 홍콩 시민이 대만 이주신청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동기(948명)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민주화 시위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대만으로 이주한 홍콩인은 5858명으로, 전년보다 41.1% 늘었다. 대만의 경우 600만달러(약 2억4582만원)를 투자해 현지인을 고용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대만 정당인 시대역량이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811명의 대만인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3%가 홍콩인을 지원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도 한몫했다.

대만 다음으로 인기 이주지는 유럽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이다. 홍콩 존후이민컨설팅의 존 후 대표는 아일랜드와 호주 등을 언급하며 해당 국가를 찾는 홍콩인들이 앞으로 4~5배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지난달 발표에서 영국 해외시민여권을 보유한 35만명의 홍콩 시민에게 영국 체류기간을 현재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주고, 시민권 취득이 가능하도록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홍콩 반환 전후로 많은 홍콩인이 이주했던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 역시 이주지로 각광받고 있다. SCMP에 의하면 이미 캐나다 부동산업체를 중심으로 홍콩인의 구입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문은 이외에도 35만유로(약 4억7815만원)로 투자이민이 가능한 포르투갈 또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의 이민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굿시티즌십카드 신청 규모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류는 당사자의 범죄이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서류로 홍콩에서 외국비자를 받기 위한 필수문서다. 카드 신청건수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2935건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0% 뛰었다.

■자본시장 휘청

시민들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홍콩에 머무르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가장 불안하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미 홍콩 주재 미국 기업 가운데 61%는 민주화 시위 격화로 홍콩 철수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홍콩에는 1300개 이상의 미국 업체와 8만5000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머무르고 있다. 타라 조셉 미국 상공회의소 홍콩지부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홍콩의 특별지위 상실과 관련해 확실한 세부내용이 나오지 않아 앞으로 힘든 시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들 역시 좌불안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홍콩 민주화 인사들은 HSBC그룹이 중국 정부를 옹호했다며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앞서 홍콩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민주화 시위를 옹호한 직원을 해고해 구설수에 올랐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4대 글로벌 회계법인들도 지난해 민주화 시위를 비난해 도마에 올랐다.

자본 엑소더스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홍콩 내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이후 홍콩 부자들과 외국인들은 50조원(약 400억달러)에 가까운 예금을 홍콩에서 인출해 나갔다. 홍콩 최고 부자인 리카싱 전 청쿵홀딩스 회장은 총재산 중 절반 이상인 17조원을 홍콩에서 빼내 영국·캐나다 등지로 옮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CMP에 따르면 홍콩 도심인 센트럴과 웨스턴 지역의 평균 부동산 매매가격은 급처분 주문이 줄을 이으면서 지난 2월 기준 0.1㎡당 2만1228홍콩달러(약 335만원)로 지난해 6월 대비 8% 가까이 떨어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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