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출판 트렌드 '#슬기로운 집콕생활 #동학개미운동 #북도슨트 #고전의 재발견 #팬덤셀러 #한줄교양'
2020.06.02 13:24
수정 : 2020.06.02 13:52기사원문
2일 예스 24에 따르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선 사람들은 집콕 생활의 지루함을 해소하고, 경제 위기를 투자의 기회로 삼기 위해 책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예스24의 전체 도서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6%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독자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도슨트'처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을 추천하고 쉽게 설명해주며 일명 '북 도슨트'를 자처하는 TV 프로그램과 방송인들이 소개하는 책에 열광했다. 이와함께 크리에이터와 팬덤을 구축한 드라마, 작가들까지 인물 또는 작품에 대한 팬심으로 관련 도서를 구매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슬기로운 집콕생활
코로나19 팬데믹은 2020년 상반기 출판 트렌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콕 생활이 계속되며 '어린이·청소년', '건강·취미', '소설·시·에세이' 등 여러 분야의 도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먼저, 교육부가 첫 개학 연기를 발표한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15일까지 3주간 어린이·청소년 문학 도서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70.8% 증가하며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의 어린이 문학 베스트셀러는 '아홉 살 마음 사전', '117층 나무 집', 청소년 문학 베스트셀러는 '시간을 파는 상점', '페인트', '아몬드' 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많이 활용되는 도서들이 주를 이뤘다. 이는 늘어난 방학 기간 동안 국어 과목 학습에 필요한 문학 작품을 아이들에게 미리 읽도록 지도하려는 학부모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어른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기간인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에 몰두했고 이는 관련 도서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건강·취미 분야 도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했고, '펭아트 #컬러링북', '펭아트 #페이퍼토이북', '나도 손글씨 바르게 쓰면 소원이 없겠네' 등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취미 도서와 '하체 밸런스 스트레칭', '백년운동', '라미의 잘 빠진 다이어트 레시피' 등 실내 운동 및 건강 관련 도서들이 인기를 끌었다.
문학 도서로 지루한 집콕 시간을 이겨내려는 독자들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소설·시·에세이 분야 도서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1.4% 늘어났다. '페스트', '호밀밭의 파수꾼', '데미안' 등 tvN '요즘 책방' 소개 도서가 다수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1cm 다이빙',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등 어렵고 힘든 상황을 위로해주는 에세이류도 독자들의 손길을 이끌었다.
■동학개미운동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불어 닥쳤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아 투자를 시작하려는 개미투자자들의 관심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투자·재테크 분야 도서의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6.2% 급증했으며 주식·증권 분야 도서의 판매량은 155.2%로 크게 늘었다. 특히 주식·증권 분야 판매량은 주식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힘으로 '선물주는 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등 초보자들도 쉽게 주식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주식 투자 입문서가 견인했다.
올해 상반기 주식·증권 분야 도서의 구매자는 남녀 6대 4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는 남녀 7대 3의 비율이었던 전년 동기에 비해 여성 구매자의 비율이 소폭 증가한 수치로, 투자에 대한 여성의 높아진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북도슨트 & 고전의 재발견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의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북 도슨트'의 영향력도 더욱 커졌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북 도슨트로 떠오른 tvN '요즘책방'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던 고전 스테디셀러를 핵심 내용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며 고전의 베스트셀러 역주행을 이끌었다.
20세기에 출간된 요즘책방 소개 도서 중 방송일 이후 2주간 가장 많이 판매된 도서는 '페스트',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설민석의 삼국지', '코스모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순이었는데 이들 도서의 판매 증감률은 약 2배에서 13배까지 큰 변화를 보였고,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50위 내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상반기 출판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편 북 도슨트 '요즘책방'의 활약으로 방송에 소개된 고전 도서를 찾는 독자들의 연령대는 좀 더 다양해졌다.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고전 도서 5종에 대한 구매자는 방송 전 대비 20대가 8.7%에서 11%로 약 2.3% 늘었고, 50대 또한 13.9%에서 15.3%로 1.4% 증가하는 변화를 보였다.
또 북 도슨트로 나선 유명인의 소개 도서들도 독자들의 눈길을 이끌었다.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 2'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가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내용을 인용한 '당신이 옳다'는 방송 이후 2주 만에 판매량이 1403% 증가하며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다. EBS 부모 특강 '0.1%의 비밀: 메타인지' 방송의 주제가 된 '메타인지 학습법'의 판매량은 2260% 늘며 53위에 자리했다.
■팬덤셀러
올해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양한 인물, 작품에 대한 '팬심'이 관련 도서까지 이어지며 '팬덤셀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수많은 어린이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흔한남매'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은 '흔한남매' 시리즈는 2020년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흔한남매 3'을 포함해 도서 4종 모두가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또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큰 사랑을 받으며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EBS 크리에이터 '펭수'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판매 개시 3시간 만에 판매량 1만부를 돌파하며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7위를 기록했다. 이를 비롯해 펭수의 유튜브 채널 개설 1주년을 기념한 화보 매거진 '펭수, 디 오리지널', 펭수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형 아트북 '#펭아트 #페이퍼토이북'도 200위권에 오르며 펭수의 인기를 입증했다.
연예인과 연예인 못지 않은 팬덤을 구축한 작가들에 대한 팬심도 힘을 발휘했다. 우리시대가 다시 소환한 가수 양준일의 포토에세이 '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은 판매 3시간 만에 판매량 약 7000부를 돌파했고,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1위에 자리했다. 강화길, 김봉곤, 김초엽, 이현석, 장류진, 장희원, 최은영 등 든든한 팬층을 보유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36위에 오르며 인기를 과시했다.
■한줄교양
독자들은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한꺼번에 담은 교양서보다는 다방면의 지식을 한 줄, 혹은 한 페이지에 조금씩 담아낸 교양서에 관심을 보였다. 역사,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하루에 한 페이지씩 365일 동안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는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4위를 차지했고, 여러 지식 분야를 장 별 담아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는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 2종이 자리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자녀 교육서에서도 습관처럼 꾸준히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도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인생 문장 100개를 수록한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은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87위를 차지했고, 아이의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1일 1질문을 담은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은 2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 교과서 1~2세트', '우리 역사문화사전', '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등 폭 넓은 지식 분야를 짤막하게 담아낸 도서들의 출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