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 성장성 4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3곳 중 1곳 이자도 못내

      2020.06.03 12:00   수정 : 2020.06.03 13: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도체 가격이나 석유 정제마진 하락 여파로 매출액증가율로 확인되는 성장성 지표는 4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수익성 악화로 기업 3곳 중 1곳은 번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은행은 '2019년 외감기업 경영분석'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2만5874개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1.0%를 기록,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 2015년 -2.4%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이다.

제조업에서의 성장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지난 2018년 4.5%에서 지난해 -2.3%로 하락했다. 매출액이 감소한 주요 업종은 정제마진 하락에 영향을 받은 '석유정제'(-6.8%), 반도체 수출액 감소로 타격을 받은 '전자·영상·통신장비'(-8.4%), 화학제품 가격하락 여파가 있었던 '화학제품'(-6.8%) 등이었다.

비제조업도 매출액증가율 마이너스로 전환되지는 않았지만 건설업(-3.0%) 등이 부진하면서 지난 2018년 3.8%에서 지난해 1.0%로 2.8%포인트나 떨어졌다. 건설기성액은 -4.1%였다.

기업규모별 매출액 증가율은 대기업의 부진이 컸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을 보면 지난 2018년 4.3%에서 지난해 -1.5%로 크게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증가율이 3.9%에서 1.5%로 떨어지면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4.7%를 나타냈다. 전년도 6.9% 대비 2.2%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화학제품'과 '전자·영상·통신' 업종의 가격 하락여파로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8년 8.3%에서 지난해 4.6%로 크게 떨어졌다.

'화학제품'이 수요부진 여파로 전년대비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6%포인트 하락한 6.4%를 보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가격 하락 여파로 '전자·영상·통신'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지난 2018년 18.8%에서 지난해 5.6%까지 급락했다.

비제조업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비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8%로 전년(5.2%)에 비해 0.4%포인트 하락을 보였다.

우려되는 부분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을 밑도는 기업수는 34.1%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추세로 봐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자보상비율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지표가 100%을 넘지 못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60.9%였다. 1년 전(593.3%)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 우리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금융비용부담률이 커짐에 따라 하락한 영향이라는 것이 한은 설명이다.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95.4%로 전년(93.1%)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도 지난 2018년 26.0%에서 지난해 27.7% 상승했다.

이는 미·중 간 무역갈등 등 지난 전반적인 기업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회사채 발행 등이 늘어난 측면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아울러 리스회계기준 변경으로 리스부채가 증가한 것도 안정성 하락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한은 평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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