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이해찬·김종인의 재회…"4년전 내가 그자리, 팔자가 그래"
2020.06.03 13:21
수정 : 2020.06.03 17:07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이균진 기자,이준성 기자 = 두 정치 원로의 정치적 인연을 놓고 '32년간의 악연'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대화는 건강을 묻는 덕담으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자마자 "건강 괜찮으신가"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많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이 총선에 참패한 통합당을 수습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어려운 일을 맡으셨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그렇죠. 팔자가 그렇게 되나 봐요"라고 답했다.
이날 만남은 통상적인 여야 당대표간 회동과는 많이 달랐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이 30여년 전 13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인연 외에도 불과 4년 전만 해도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대표를 맡아 총선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표는 20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한 바 있다. 1940년생인 김 위원장은 1952년생인 이 대표와 '띠동갑'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이날 양당 대표의 상견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두 대표가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술술 진행됐고, 급기야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이 "워낙 두분이 특별한 인연이라 격식 없이 했는데, 죄송하지만 두 분 말씀을 끊고 해야 할 것 같다"고 제지하고 정식 발언을 요청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여야 공동의 문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그에 따른 경제 문제를 화두로 대화를 이어가며 자주 서로의 입장을 받아주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백신, 치료제 개발이 늦어지는 것이 걱정된다며, 경제 문제도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아 여야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했고, 김 위원장도 대책을 신속하게 논의하자고 했다. 두 명의 대표는 상대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그렇다' '맞다' 등 맞장구로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살렸다.
김 위원장은 대화 중 간간이 농담을 섞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4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았던 것을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민주당 대표석)에 앉아있었다. 이번에 여기를 찾아오니 기분이 상당히 좀 이상하다"고 웃었다.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 등에 대해서는 다소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민주당의 '양보'를 에둘러 요구했고,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이)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하셨으니 저희는 기존과는 (다르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김 위원장은 "원 구성이 빨리 이뤄지면 원 운영은 종전과는 달리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회 운영 과정에서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 대표는 "저는 임기가 곧 끝나지만, 원내대표가 원숙하신 분이라 잘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특히 오는 5일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기본적인 법은 지켜가면서 협의하고, 소통하면 된다"며 국회법을 들어 김 위원장을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