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가의도에서 자연스러운 거리두기

      2020.06.05 04:00   수정 : 2020.06.05 04:00기사원문
【 태안(충남)=조용철 기자】 태평하고 안락한 명소를 가득담은 태안(泰安). 태안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해변길, 낙조, 섬 등 서해의 풍요로운 자연과 마음을 나누는 행복마을과 만난다.

해변길은 1300리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시원한 바다, 해수욕장, 송림 등으로 이뤄져 있는 최고의 트래킹 코스다.

바다와 안면송을 옆에 두고 걷다보면 잊지 못할 추억을, 아직 걸어보지 않은 여행객들에겐 두근거리는 설렘을 선사한다.



특히 태안에는 내륙에서 가까운 지역에 많은 섬이 있다. 대부분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은 탓에 천혜의 자연을 자랑한다.


■숨겨두고 싶은 여행지, 태안 가의도

태안반도 끝자락에 꼭꼭 숨겨두고 싶은 섬이 있다. 바로 '서해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섬, 가의도다. 조그마한 섬이지만, 보물 같은 풍경을 잔뜩 숨겨둔 자연의 보고다. 동백나무와 떡갈나무 등 원시 천연림이 가득하고 해변을 따라 펼쳐진 기암절벽의 풍경이 한편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가의도는 충남 태안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5.5㎞ 떨어진 곳에 있다. 안흥항을 출발한 유람선이 가의도에 도착할 때까지 약 30여분 동안 죽도, 부억도, 목개도, 정족도와 사자바위, 독립문바위, 거북바위 등이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의도는 옛날 가의라는 중국 사람이 이 섬으로 피신해 살았기 때문에 가의도라고 불렀다는 설과 이 섬이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의 가장자리에 있어 가의섬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전해진다. 어느 이야기에서 유래됐든 가의도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섬의 행운이다.

가의도 선착장 옆에는 작은 몽돌해변이 하나 있다. 마을 입구 길은 약간의 경사로인데 옆으로는 대부분 마늘밭이다. '육쪽마늘의 원산지 가의도'라고 쓰여 있다. 이 섬의 마늘은 맛과 향이 좋은 육쪽마늘로 품종이 우수하다. 가의도길을 따라 올라가면 '굿두말' 마을이 나온다. 마을 중앙에는 큰 은행나무가 수호신처럼 서 있다. 1996년 5월 태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높이 40m, 둘레 7m의 이 나무의 수령은 450년으로 추정된다. 작은 규모의 섬답게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민들은 특산품인 육쪽마늘을 재배하며 삶을 이어오고 있다. 덕분에 이맘때쯤이면 초록빛을 한가득 품은 마을 전경을 볼 수 있다.

마을 길을 따라 제법 가파른 언덕에 오르면 발아래 굿두말 마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굿두말 바로 옆 마을인 '큰말'은 동쪽으로 이어진다. 큰말 위를 지나가면 마을 아래 큰말장벌해수욕장이 보인다. 해안가의 암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신장벌을 향해 동쪽으로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계속 펼쳐진다. 작고 아담한 신장벌 해수욕장 앞 해변에는 사자바위, 독립문바위(아기 업은 코끼리바위)와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300m쯤 되는 신장벌 해변의 고운 모래길은 파도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걷기에 좋다.

가의도에서 서쪽으로 더 가다보면 외딴섬 하나가 포근한 형상으로 눈앞에 다가선다. 서해 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섬, 궁시도다. 안흥항에선 1시간30분, 가의도에서 1시간 거리다. 궁시도는 그 모습이 마치 '활시위에 걸린 화살'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면적 0.15㎢, 해안선 길이 0.3㎞의 무인도인 궁시도는 살포시 속살을 드러내듯 하얀 백사장이 있는가 하면 웅장하게 펼쳐지는 기암괴석이 있고 그 위를 노랗게 수놓은 원추리 꽃이 있다. 수줍은 듯 뒤돌다가 웅장함을 뽐내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궁시도의 주인은 괭이갈매기다. 궁시도는 국내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난도로부터 약 2.8km 떨어진 섬으로 괭이갈매기가 둥지를 틀기에 좋은 자연지형을 가졌다. 본격적인 산란기를 맞은 괭이갈매기가 지난 4월부터 난도로 몰려들어 섬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인근 궁시도에 많은 괭이갈매기가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따라 걷기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독특한 해안생태계를 자랑하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변길은 바다와 숲을 지나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학암포를 시작으로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을 지나 솔모랫길, 천사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까지 태안의 해안가를 따라 걷는 100㎞의 길이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석양을 자랑하는 노을길은 각종 수산물 판매장과 어촌문화가 살아 숨쉬는 안면도 백사장항에서 시작된다. 옥석같이 고운 흰 모래밭이라 불리던 백사장은 우리나라 최대 자연산 대하 집산지다. 백사장항을 지나 세 개의 봉우리가 인상적인 삼봉해변에 닿으면 웅장하면서 호젓한 자태의 해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곰솔림을 만나게 되는데 이 구간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닷소리가 지척으로 들려 넓고 완만한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아름답게 복원되어 해안 동식물의 보고가 된 기지포 해안사구에서부터 천연기념물 138호인 방포 모감주나무 군락지, 아름다운 전경과 함께 슬픈 전설이 살아 숨쉬는 꽃지 할미할아비 바위까지 생태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명소들을 지척에서 만나보게 되는 구간이다. 특히 두여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두여 해안습곡은 지하 깊은 곳의 압력으로 변성 및 변형작용을 받아 습곡 및 단층이 이루어진 후 지각이 풍화, 침식되면서 서서히 융기되어 지금과 같은 지형이 형성됐다. 시간을 잘 맞춰 걷다보면 마지막 꽃지해변에서 멋진 노을과 만날 수 있다.

노을길 초입인 몽산포해변 인근으로 가다보면 청산수목원이 있다.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홍가시나무 천국인 청산수목원은 10만㎡ 규모로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이뤄져 있다.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같은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종을 살펴볼 수 있다.
밀레, 고흐, 모네 등 예술가들의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을 만날 수 있는 테마정원과 계절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산책로, 황금메타세쿼이아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최근 들어선 셀프웨딩 촬영 명소로도 인기다.


천천히 감상하며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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