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데이터 활용한 디지털 수사역량 확 키운다
2020.06.07 13:27
수정 : 2020.06.07 13: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경찰 수사데이터 혁신 기법이 이르면 내년에 일선에 배포된다. 보이스피싱 피의자의 여죄 추적을 위한 '전화사기 키워드 검색'을 비롯해 실종사건 및 용의자 추적에 쓰일 '경찰 시스템간 인물 연결망' 및 AI가 CCTV 내 차량 번호를 추출하는 '차량번호판 인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전화사기 수사지원 프로그램(WISE)'을 내년 일선 배포를 목표로 시범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보이스피싱 범죄 데이터를 활용해 동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사건을 모든 수사데이터에서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동일 번호, 사칭 기관·이름, 송금을 요구하는 계좌정보 등을 '키워드'로 추출해 보이스피싱 범죄의 여죄 사실을 추려내는 데 활용된다.
경찰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접수된 범죄사실 13만건을 데이터로 구성해 시범 운영했다. 이를 통해 총 16건이 분석돼 보이스피싱 피의자의 여죄를 밝혀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치안정책연구소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 장광호 경정은 "후반기까지 기술 완성하면 내년에는 일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범죄 피해자, 피의자 수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활용 기술도 개발 중이다. '경찰 시스템간 인물 연결망(휴먼넷)'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범죄 정보를 키워드·사건·용의자로 구성해 사건 간 연결성을 파악한다.
유사한 사건과 인물들 간 알고리즘을 통해, 용의자를 추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까지 가상 데이터 500건을 대상으로 시험했으며, 올해는 실제와 유사한 가상데이터를 활용해 시스템을 확장시킨다는 목표다.
특히 이 기술을 활용해 실종사건 조기 발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실종 신고된 사람의 이름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관련 인물이나 사건을 찾아내 위험성을 조기 판단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차량 추적 효율성을 높일 '차량번호판 분석시스템'도 시범 운영 중이다. AI가 사진이나 동영상에 찍힌 차량 번호를 식별해주는 시스템으로, 경찰은 지난 3년여 간 사진 2만여장을 통해 AI 학습을 진행해 왔다.
장 경정은 "그간 차량 번호판 식별을 위해서는 영상 작업을 거친 뒤 마지막엔 육안으로 판단해야 했다"며 "일선 배포를 위해 정보화작업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같은 데이터 활용 기술을 통해 수사관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관 역량 제고'는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조직 안팎으로 요구돼 왔던 주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으로)책임 수사의 주체가 된 수사관이, 개인 생산성을 높일 기술적 대응책이 될 것"이라며 "정보 시스템은 현장 통제가 아니라, 국민 안전을 지키고 현장 수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사 보조를 위한 데이터 이용을 위해 관련법 개정이 최대 난관으로 꼽혔다. '형사소송법', '금융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등에 따르면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를 수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모두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가 개인정보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이른바 '데이터 3법'을 통과시켰으나, 수사기관의 정보 활용은 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어 관련 논의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지원과 기술 개발을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해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 중"이라며 "(데이터 접근을 넓히자는)공감대가 그만큼 형성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