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지 끝낼지' 결단 못하면 '좀비기업'만 늘어난다
2020.06.07 17:33
수정 : 2020.06.07 20:20기사원문
법원을 찾는 기업들이 몰려들기 앞서 정부가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 프로그램 등 정책 제도 손질을 통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회생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들이 자체적인 경영진단과 회생·파산행 결단 과정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생·파산 신청 릴레이 '암운'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와 회생법원, 그리고 로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회생 및 파산신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새로운 제도 개편들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의외로 기존에 존재했던 제도인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 프로그램(S-Track)'이다. 2017년 11월 서울회생법원이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연계해 마련한 제도다. 부채 규모가 150억원 이하인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사실 이 제도는 첫 등장했을 당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재조명 받고 있다.
이 제도의 매력은 회생절차 인가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초과수익금을 내면 추가 변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경영자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컨설팅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조사위원의 보수를 제외한 절차비용만을 예납하고도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처음 S-트렉이 도입됐을 때 '취지만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3년보다 앞으로의 3년 동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적 유행(팬데믹)에 따라 전 세계 경기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3~4년은 S-트렉을 이용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하반기 회생·파산 러시를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간이회생제도의 부채한도를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했다. 간이회생제도는 일반적인 회생절차에 비해 절차비용과 기간이 비교적 적게 소요된다는 게 장점이다.
이와는 별개로 서울회생법원은 변제계획 불수행 사건 처리를 다루고 있는 실무준칙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역시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로 부침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경영자 냉철한 직시와 결단이 관건
정부가 제도적으로 회생·파산 안전망을 구축해놨으나 경영자의 판단이 기업 생존 갈림길에서 최대 변수로 꼽힌다.
관련 절차에 익숙치 않은 데다 회생 혹은 파산절차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과 두려움 탓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최효종 변호사는 "IMF 금융위기 때엔 법적 구조조정을 '부실경영에 대한 징벌'로 보는 시각이 있었고 그에 따른 낙인효과가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후 국내 회생절차는 '기존관리인 유지제도' 도입 등 회생기업 측에 유리한 제도 개선이 꾸준히 있어 왔고 낙인효과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회생절차 돌입을 마치 실패의 증거인 것 마냥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동인의 박성하 변호사는 경영 어려움의 원인이 일시적 유동성 문제에서 발생한 것인지, 혹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면 지속경영을 할 수 있을지, 혹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문제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파산절차 역시 개별 채권자들과의 분쟁 해결로 인한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회생절차에 대한 지나친 기대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법무법인 화우의 조준오 변호사는 "회생절차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비관 모두 독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회생절차를 통해 재기하는 기업도 늘고 있고 성공사례가 누적되면서 회생제도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 도움을 통해 회생절차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