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은 어쩔거야’... 전주 전통시장 430억 사기범 통장에 돈 없다
2020.06.08 11:49
수정 : 2020.06.08 13: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전북 전주 중앙시장, 모래내시장 상인 등을 상대로 투자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사기범 통장에는 투자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전북경찰에 따르면 범행 경위에 대한 조사와 함께 A씨의 개인·법인 계좌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계좌에는 피해 상인들이 준 투자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 확보와 범행 경위에 대한 조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다”며 “일단 확보한 통장 등에는 투자금 일부는 들어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피해 회복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8일 사기 혐의로 체포된 A(47)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월6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숙박업소에서 A(47)씨를 붙잡았다.
A씨는 전주에서 대부업을 운영하면서 상인 70여명과 대부업체 직원들에게 투자금 43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경찰은 현재까지 대부업체 직원이 400억원, 전통시장 상인들이 30억원 정도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투자금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 검거로 투자금 회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한 상인은 “남편 몰래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사람도 있고, 친척들 돈을 모아 투자한 상인도 있다”며 “사기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가정불화를 겪을까 봐 말도 못하고 있는데, 투자금 회수마저 어렵다니 이젠 정말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그 돈은 사기칠 돈이 아니다. 자식 결혼식 경비인데... 조그만 욕심에 이런 큰 불상사가 생겼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A씨는 지역 은행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쌓아왔고, 은행을 그만두고 나서 2018년 대부업체를 차렸다. 이 대부업체는 지난해 가을부터 투자자를 모았다고 한다. 하루 1만원씩 100일 동안 투자금을 넣으면 7~10% 정도 이자를 줬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