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印·日 등 '사면초가'에 놓인 中...반중정서 확산
2020.06.11 15:50
수정 : 2020.06.11 15:50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미국의 핵 군비통제 참여 압박에 이어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 허위 정보 유포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는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군축 담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는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르게이 리아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을 만나 내년 2월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뉴 스타트) 연장 협상을 시작한다.
뉴 스타트는 1991년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 등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의 뒤를 이은 협정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 배치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며 양국 간 이견이 없으면 5년 간 연장된다.
빌링슬리 특사는 이 협상에 중국도 참여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강대국의 지위를 얻으려면 그에 걸 맞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국은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에서 핵 보유량이 가장 많은 미·러가 핵 군축 이행에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나가사키대학 핵무기근절연구센터의 발표를 보면 각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러시아(6370개), 미국(5800개), 중국(320개) 등 순이다.
만약 중국이 끝까지 불참을 고수할 경우 미국이 이를 명분으로 다른 군사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미·러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탈퇴했으며 지난달에는 미·러 상호 영공 개방과 사찰을 허용하는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의사도 밝혔다.
SCMP는 이를 미·중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분석했다. SCMP는 “무역, 기술, 안보, 이념 등을 둘러싼 긴장에서 핵 군비통제도 문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EU는 ‘코로나19 허위 정보 제공’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코로나19를 둘러싼 허위 정보 선전과 선별적 영향력 공작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세계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희생했다거나 특정 민족 책임론 등과 같은 잘못된 정보가 이들 국가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중국과 서로 돌팔매질을 하며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에선 중국산 제품 거부 캠페인 ‘인도상품-우리의 자존심’이 시작됐다고 인도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전인도무역협회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 중 인도산으로 대체 가능한 제품 3000개를 제시했으며 한 인도 정보기술(IT)업체는 스마트 기기 내의 중국산 앱을 골라서 삭제해주는 앱까지 개발했다.
‘중국 때리기’의 선두에 서왔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에는 중국의 종교와 체제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2019년 국제종교자유보고서’ 관련 브리핑에서 “중국은 수십 년 된 종교와 전쟁을 계속하며 가장 좋은 시기에도 공산주의를 무자비하게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국 따돌리기’ 전략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던 일본은 전날 주요 7개국(G7) 홍콩 관련 공동 성명 발표에 자신들이 주도하고 싶다고 입장을 선회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호주는 코로나19 발원지 국제조사를 요구했다가 중국으로부터 무역, 관광, 교육 등에서 전방위 공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위협론을 주장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에 제재를 가하고 위협과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은 미국”이라고 맹비난했다. EU주재 중국 외교단 대변인은 집행위 발표 자체를 허위 정보로 규정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