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목구멍까지 차올라"… ‘감원 폭풍’ 全업종이 떨고 있다

      2020.06.11 17:41   수정 : 2020.06.11 18:43기사원문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산업계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 위기에 휩싸인 분위기다. 올 하반기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상당수 기업이 비상체제에 돌입하면서 이 같은 조치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항공업계를 시작으로 진행됐던 인력감축 조치가 정유, 자동차, 중공업에 이어 최근 견조한 실적을 내왔던 전자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북 구미에 있는 TV 핵심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이전키로 결정한 LG전자는 이달 500여명의 생산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재배치 관련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평택 공장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일부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지 1년여 만에 단행된 조치다. LG전자 관계자는 "근무자들을 태양광 모듈 라인과 경기 평택의 연구개발센터 등에 재배치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극소수가 되겠지만, 희망자에 한해선 퇴직도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발(發) 물량공세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실적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는 칼바람이 현실화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완전 철수키로 결정하면서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전체 인력 규모를 5~10% 줄이기 위한 감축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수천명을 구조조정한 LG디스플레이도 하반기 희망퇴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직원은 "회사가 연말까지 국내에서 TV용 LCD사업 철수를 결정했는데, 관련 인력을 전부 타 업무에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이 평균 1억원 이상의 고연봉을 받는 에쓰오일도 올해 상반기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내년에도 인력구조조정 기조를 이어간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제도적으로 직원들의 희망에 따라 (희망퇴직을) 정기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에쓰오일은 적은 중도퇴직 인원으로 인사적체가 심해 인력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인력을 줄이는 건 생사의 갈림길에서 결정하는 최후의 선택"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화학, 항공에 이어 반도체까지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이 무너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자금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한 무급·순환 휴직 등의 비상조치들도 최근 들어 장기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이날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최대 무급휴직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까지로 지침을 바꿨다. 아시아나항공도 올 초 1개월 근무를 기준으로 10일간 이뤄진 무급휴직 지침을 최근 15일로 늘렸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노선 운항률이 급감, 자금사정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내린 비상조치란 설명이다. 두산중공업도 그동안 비용감축을 위해 2차례 명예퇴직을 진행한 데 이어 약 350명의 직원이 휴업에 돌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무급휴직 등 다른 카드를 쓰고 있지만 위기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면서 "하반기에 극적인 돌파구가 없다면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기업들이 이마저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