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분양가, 인천·고양 등 비규제 지역과 비교땐 역차별
2020.06.11 18:02
수정 : 2020.06.11 18:02기사원문
강남4구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에 공급하는 메머드급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기준이 2910만원으로 정해지며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은 "강남권인 둔촌주공아파트에 HUG가 제시한 일반 분양가 3.3㎡당 2910만원은 강북과는 100만원 남짓, 경기도와도 300만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내달 초 임시총회에서 이 가격을 수용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규제 분양가와 비교하면 역차별
실제 둔촌주공의 분양가는 비규제지역인 경기 고양시, 인천 송도 등과 비교했을 때 시세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크다.
최근 분양한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의 '고양 덕은 DMC리버포레자이'는 평균분양가가 3.3㎡당 2630만원이었다. 일부 고분양가 논란에도 해당 단지는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공급한 '더샵 송도센터니얼' 역시 이달 초 송도에서 최고가라는 3.3㎡당 2200만원에 분양했지만 1순위 청약경쟁률 143.4대 1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둔촌주공 분양가인 2910만원과는 690만원이 차이다. 이는 3.3㎡당 분양가로는 약 1.32배다.
하지만 주변 시세를 대입해 보면 HUG의 분양가는 문제의 소지가 커 보인다. '더 샵 송도 센터니얼'의 전용 84㎡의 분양가는 7억5000만~8억원이고 둔촌주공의 같은 평형 분양가는 10억원선에 정해진다. 하지만 둔촌주공과 인접한 올해 4월 입주한 'e편한세상 강동에코포레'의 시세가 12억5000만~13억원인 것을 비교할 때 양 단지의 격차는 1.56배가 난다.
둔촌주공의 입지나 규모 등 랜드마크 단지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고양, 인천 등이 비규제지역으로 분양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오히려 서울의 둔촌주공이 역차별 받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둔촌주공 인근 단지의 3.3㎡당 시세를 봐도 같은 강동구 성내동 올림픽파크한양수자인(3600만원), e편한세상강동에코포레(4000만원) 모두 둔촌주공의 분양가를 크게 앞선다.
■정부표 로또단지...규제의 역설
둔촌주공과 같은 분양가 규제를 적용 받는 서울의 다른 단지를 살펴봐도 상황은 유사하다.
강서구 화곡동에 공급한 '우장산숲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679만원이었다. 지난달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단지인 '흑석리버파크자이' 역시 3.3㎡당 2813만원으로 분양가가 확정되면서 '로또단지' 청약열풍이 불었다.
둔촌주공 분양 예정가인 2910만원과 불과 100만원 차이다. 강남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둔촌주공이 얼마나 '로또단지'가 될지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정부가 '로또단지' 근절을 외치면서 오히려 대표적인 로또단지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둔촌주공이 3.3㎡당 2910만원에 분양하면 아마 청약통장이란 통장은 모두 몰릴 것"이라며 "정부가 한편으론 분양시장을 진정시키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예고된 청약광풍을 만드는 것이 넌센스"라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