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중요하다
2020.06.13 19:39
수정 : 2020.06.13 19:39기사원문
로봇의 맨 아래에 옷을 넣으면 로봇이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옷의 형태를 인식하고 매장에서 보는 것처럼 옷을 개준다. 세계 최초의 옷을 개주는 로봇이다. 티셔츠 하나를 개는데 걸리는 시간은 5~10분이다. 2018년 CES에서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일본의 파나소닉과 일본 최대의 주택건설사인 다이와 하우스의 투자를 받아 개발됐다. 가격은 1만6000달러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로봇이다. 그런데 이 로봇은 성공했을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 제품은 2017년 가장 쓸모없는 IT 제품으로 선정됐고 2년 후 2019년 4월에 회사는 파산 신청을 했다.
이 제품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옷을 개기 위한 로봇이 고객이 느끼기에 천만원 이상의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옷을 다 이용할 수도 없었고 옷을 개는 시간도 5~10분이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원가(C)>제품의 가격(P)>제품의 가치(V)’라는 부등식이 성립돼야 한다. 기업은 V-P>0이 돼야 한다. 그런데 론드로이드는 그렇지 않았다. 고객의 니즈가 조금 있었을지 모르지만 가격만큼의 가치는 없었다. 건조기, 스타일러처럼 가격만큼의 가치가 충분히 있어야 히트 제품이 된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의 스펙을 강조한다. 제품 소개서를 보면 어떤 기능이 타사 보다 더 높다라는 데이터를 제시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데이터가 아니다. 제품에 대한 고객 가치다. 스마트폰에는 카메라 기능이 있다. 그런데 카메라 화소가 다른 제품보다 조금 높다는 것이 스마트폰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해줄까? 오히려 화소 보다 사진을 찍었을 때 경쟁사보다 더 감성적인 느낌의 사진이 나오는 기능을 넣는 게 나았을 것이다. 기술이나 기능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다른 관점에서의 가치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파괴적 혁신, 디지털 전환 등 수 많은 말들이 기술 중심의 사고를 하게 만든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IT 기술을 기존 제품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외부환경 변화에 맞춘 이런 제품의 고도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핵심은 고객과 그 고객이 제품에 대해 가지는 가치다.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에서 더 나아가 고객이 제품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퓨처인사이트컨설팅 대표 박경수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