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아나운서는 정규직..女는 계약직? 인권위 "성차별 맞다"
2020.06.17 13:36
수정 : 2020.06.17 13: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남성은 방송국 아나운서 채용에서 정규직으로 뽑는 반면 여성은 계약직·프리랜서 형태로 채용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대전MBC에 장기간 지속돼 온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울러 대전MBC의 대주주인 MBC방송 주식회사에게, 본사를 포함해 지역 계열사 방송국의 채용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도 함께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대전MBC는 지난 1990년대 이후 남성 아나운서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 왔다. 반면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채용한 여성 아나운서 20명은 모두 계약직과 프리랜서로 선발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여성 아나운서들은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임에도 임금, 연차휴가, 복리후생 등에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전 MBC 측은 "공교롭게도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성차별의 의도가 없었다"며 "실제 모집요강 등 절차에서도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거나 특정 성별로 제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대전MBC는) 기존 아나운서 결원으로 생긴 보직에 여성이 필요할 때는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할 때는 정규직으로 모집하는 등 이미 모집 단계에서 성별에 따라 고용 형태를 달리해 차별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진정인은 의도한 결과가 아니고 우연한 결과라고 강조할 뿐, 진정직업자격이나 적극적 우대 조치 등 남성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납득할만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인들의 업무 내용 및 수행 방식을 보더라도 형식상 프리랜서일 뿐, 사실상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실질적인 근로자에 해당된다"며 "여성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프리랜서로 그 고용형태를 전환하는 것은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도 손쉽게 계약을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성차별적 채용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대전MBC가 인권위 진정 제기 이후 진정인인 여성 아나운서들의 방송 출연횟수, 시간, 보수를 일방적으로 줄인 것은 불합리한 처우"라며 "진정인들에 각각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