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계획서 재미본 정부...부동산판 '빅브라더' 시대

      2020.06.17 16:49   수정 : 2020.06.17 16: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실상 부동산판 '빅브라더' 시대가 열렸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서울에서 인천·경기 전역으로 확장하면서다.

정부가 17일 내놓은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 대책에는 규제대상지역 확대 외에도 세 부담 확대, 대출 억제 등 나올 수 있는 대책은 모두 담겼다.

감시권 지역을 늘리고 자금 흐름이 석연찮으면 얼마든지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여기에 돈까지 묶어 그동안의 내집마련 공식을 부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부동산 거래 빅데이터 된 자금조달계획서
이번 대책 수립의 숨은 주역은 자금조달계획서다. 계획서 덕분에 보증금을 승계해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 흐름을 명확히 잡아낼 수 있었다는 게 정부 내외부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모니터링 하는 과열 지역을 계획서와 대조했을 때 갭투자 추세가 몰리는 지역이라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인 거래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주택 실거래 조사도 한층 강화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이뤄지는 모든 주택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분석하기로 한 것도 이 연장선상이다. 나아가 투기과열지구에선 모든 주택 거래의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갭투자를 뿌리뽑기 위한 거래 허가제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계획서가 근간이 됐다.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또 사실상 서울·수도권 모든 주택으로 자금조달계획서 적용 범위를 확대해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앞으로도 개발·규제 '패키지화' 할 듯
정부는 이번 대책을 앞으로가 아닌, 당장 집에 살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실수요자'를 주택 수 관점이 아닌 실거주자·입주자로 명확히 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준비하면서 갭투자 근절 의지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지역은 청주라고 한다. 최근 1조원 규모의 방사광가속기 유치 소식 이후 외지인이 매물을 쓸어가며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위한 매물은 씨가 마르고 결국 값을 띄워 되파는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강력학 경고"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경기도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토부 김흥진 주택토지실장은 브리핑에서 "규제지역 지정 자체가 거래를 제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경기도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경기도 지역에는 GTX 등 광역교통망과 같은 개발 호재들이 많아 다수의 경기지역이 개발 영향권 아래 있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등 공급책도 병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앞으로는 개발호재 등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감시 패키지를 발동할 계획이다. 부동산 값을 움직이는 개발 호재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해당 지역에 대한 규제도 패키지화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투기와 싸우려다 시장 잡을 우려도
하지만 규제 일변도인 정부 부동산 대책의 방향성과 이번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김포, 부산 등 지역에 대한 여전한 풍선효과 가능성, 전세시장 불안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공급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짚어볼 부분이다. 정부는 '로또'가 돼버린 청약시장의 과열 현상에 대해서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김 실장은 관련 질문을 받고 "앞으로도 청약시장 경쟁률은 다소 높겠지만 시중 시세에 비해서 낮은 가격의 신규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는 신호가 확대되면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의 안정세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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