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만 입고 출근 "정도 과해" vs. "옷 입을 자유"
2020.06.18 11:03
수정 : 2020.06.19 14:25기사원문
레깅스가 실내복에서 외출복으로, 운동복에서 일상복으로 전환되면서 때 아닌 찬반논란이 거세다. "뭘 입든 남이 간섭할 게 못 된다"는 의견부터 "지나치게 선정적이라 민폐"라는 시각까지 입장이 첨예하다.
레깅스 논란은 일터라고 예외가 아니다.
■"민망하다" 지적했다 '남자꼰대' 취급
직장인 박모씨(40대)는 최근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다른 팀 직원이 레깅스만 입고 출근해 보기에 불편했다는 박씨는 해당 팀장인 동기에게 대신 주의를 주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얼마 뒤 사내게시판에 박씨가 여성들의 옷차림을 음흉하게 보고 지적했다는 익명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팀장이 주의를 주면서 ‘옆 팀 팀장이 얘기하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여자들에겐 말 한 마디 하기도 겁나는 세상인데 레깅스 때문에 징계라도 받을까 난감했다”며 “직장에까지 그런 옷을 입고 오는 세대를 이해할 수 없지만 남자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조용히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복장 자율화를 진행하는 적지 않은 직장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중소 디자인업체에 다니는 김모씨(36·여)는 “부하직원이 레깅스에 반팔티만 입고 출근해서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다음날은 레깅스에 엉덩이를 가리는 남방을 걸치고 왔다”며 “주위에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게 아니냐고 푸념했는데 듣던 동기는 나더러 꼰대라고 하더라”고 당황해했다.
이같은 논란은 우연히 발생한 게 아니다. 최근 레깅스는 학교와 일터 등 운동과 상관없는 지대로 빠르게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일상복으로의 레깅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존엔 운동시설이나 사적 공간에서 레깅스 위에 바지나 치마를 덧입는 경우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실외 공공장소에서까지 레깅스만 입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 차림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레깅스에 대한 선호는 성별과 세대 별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여성일수록, 또 젊은 세대일 수록 레깅스 차림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시선강간'이 문제, 옷이 무슨죄?
레깅스를 입고 출근하는 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많다. 퇴근 후 바로 운동할 수 있도록 레깅스를 입고 출근한다는 강지원씨(32·여)는 “아예 레깅스를 출근룩으로 홍보하는 브랜드도 있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보기 싫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게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김형민씨(36) 역시 “레깅스는 과거의 미니스커트, 크롭티처럼 시대, 문화적 충격을 뚫고 자리하게 될 것”이라며 “대유행을 하는 제품들은 이렇게 사회적 합의를 거치게 되는 것 아닌가”하고 말했다.
레깅스와 관련한 논란이 타인의 신체를 성적으로 바라봐서 생기는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조지영씨(27·여)는 “레깅스를 입고 나가면 실제로 나이든 남자들은 하체를 뚫어져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시선강간’이라고까지 말하던데 그런 사람들이 문제지 레깅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레깅스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노골적인 레깅스 차림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 2017년 레깅스차림 여성의 탑승을 거부한 유나이티드 항공 사례, 2018년 9월 위스콘신주 한 고등학교에서 레깅스 차림 등교를 금지해 논란을 빚은 일, 2019년 노트르담대학의 ‘레깅스데이’ 시위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평소 노출이 잘 되지 않는 부위에 레깅스만 입는 것이 선정적이고 성상품화를 부추긴다는 주장과 누군가의 의상을 타인이 재단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서구에서조차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달리 현재 한국 직장과 학교 가운데선 내규로 레깅스 착용을 금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