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아가야"…부산 스쿨존 사고 사망 6세 여아 추모 발길
2020.06.18 12:02
수정 : 2020.06.18 17:09기사원문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미안하고 마음 아파..."
부산 해운대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6세 여아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3일째 이어지고 있다.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과자 등이 빗속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추모 공간은 차량 충격으로 붕괴된 담벼락 앞에 누군가 작은 선반을 놓아 마련했다.
전날 밤부터 비가 내리면서 추모 물품이 놓인 선반 위에는 비닐로 만든 지붕까지 만들어졌다.
지붕 아래에는 직접 쓴 편지와 꽃, 인형, 과자와 음료수 등 6세 아이를 위로하기 위한 물건들로 가득차 있었다.
우산을 쓴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추모 공간을 바라보거나 가지고 온 물품을 내려 놓고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 편지지에는 "어른들의 부주의로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렴. 미안하다 아기야"라는 글이 적혔다.
추모공간에서 만난 40대 A씨는 "나도 4살짜리 아이가 있고, 이 근처에 키즈카페가 있어서 자주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사고 소식을 듣고 더 놀랐고 마음이 아팠다"며 "어린 아이가 과자를 제일 좋아할 것 같아서 챙겨서 나왔다"고 안타까워 했다.
재송동 주민 손모씨(27)는 "평소에는 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집 앞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고 하니 와닿는게 다르더라"며 "추모 공간이 있다고 해서 나와봤는데 현장을 보니 더 씁쓸하고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12살 박모양은 "평소에도 차들이 많은데다 신호를 안 지키는 경우가 많아서 지나다닐 때 무서웠다"며 "아직 용돈이 없어서 선물을 못 샀지만 동생이 좋은 곳에서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길을 지나던 60대 남성 B씨는 "사람들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이런 추모공간까지 만들어서 아이를 위로하려고 하겠나"라며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모친이 큰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고는 지난 15일 오후 3시29분쯤 이 초등학교 앞 스쿨존을 달리던 아반떼가 주차장 입구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하던 싼타페에 부딪히면서 일어났다.
이후 아반떼는 인도로 돌진해 6세 여자아이와 30대 어머니를 들이받았고 담벼락까지 충격하면서 아래로 추락했다.
6세 여아는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16일 오전 2시41분 숨졌다. 아이 어머니는 골절상 등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이후 산타페 운전자 측과 아반떼 운전자 측은 운전자간 과실 비중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민식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민식이법 적용시 사망사고는 최소 징역 3년 이상 처벌이 가능하고, 합의를 비롯한 감형 사유 등이 고려되더라도 징역 1년6개월 이상 처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