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나는 열을 전기에너지로..국내 연구진 신소재 개발
2020.06.18 15:14
수정 : 2020.06.18 15: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온도차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능력과 자가 치유 능력, 신축성을 동시에 갖는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쉽게 늘어나고, 구겨지거나 찢어져도 금세 회복하는 고효율 열전소재가 등장했다. 입고만 있어도 몸의 열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옷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UNIST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장성연 교수팀이 국민대 응용화학부 전주원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가 치유 능력과 신축성을 동시에 지닌 ‘이온성 고분자 열전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스마트 워치나 VR 안경과 같은 ‘착용하는 전자기기’가 상용화되면서 몸에서 나는 열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전자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열전발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열전발전은 온도차가 발생하면 자발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열전소재를 이용하는데, 높은 효율을 갖는 열전소재는 대부분 딱딱한 무기물질이다. 마치 딱딱한 유리는 신축성도 없고 쉽게 파손되듯, 무기물 기반 열전소재도 인체의 움직임 때문에 발생하는 변형이나 기계적 손상에 취약하다. 반면 유기물 기반 열전소재는 유연하고 신축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전 변환 효율은 높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공동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와 ‘전해질 고분자’를 이용해 높은 열전변환성능을 갖는 유기물 기반 열전소재를 개발했다. 개발된 열전소재는 ‘전자’(electron) 대신 ‘이온’(ion)이 움직여 전압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기고분자임에도 열전 변환 효율이 높다. 또 구조 내부의 물리적 가교 때문에 매우 높은 신축성을 지녔으며, 찢어짐과 같은 파손을 스스로 치료 할 수 있다.
전주원 교수는 “공액계 전도성고분자와 전해질 고분자를 복합화하고 이들과 수소결합과 극성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물리적 가교제를 첨가해 신축성과 자가 치유 특성을 갖춘 고성능 열전소재를 개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개발된 열전소재의 열전 성능 지수(ZT)는 1.04로 이제껏 개발된 유기열전소재 중 가장 높다. 열전 성능 지수는 소재 내에서 발생된 온도 차이(온도구배)를 전기에너지로 변환 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일반적인 유기열전소재의 열전 성능 지수는 0.3 이하이다. 또 신축성도 좋아 원래 길의 7.5배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반복적인 늘림과 절단에도 열전 성능을 유지했다.
특히 개발된 열전소재를 이용하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바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소자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개발된 열전소재를 이용해 열전·슈퍼커패시터 복합에너지 소자를 제조했다. 열전발전의 경우 생산되는 전력량이 일정치 않아 전기를 저장해야 생산된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장성연 교수는 “이번 연구로 높은 열전변환효율과 자가 치유 특성을 동시에 지니는 유기열전소재 최초를 개발했다”며 “향후 웨어러블 자가전원을 개발하는데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소재를 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소재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 온라인판 게재됐으며 출판을 앞두고 있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