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다 오프로드 달리고 '단짠한' 제주의 숲

      2020.06.19 04:00   수정 : 2020.06.19 04:00기사원문
【 서귀포(제주)=조용철 기자】 밀폐된 공간과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언택트 여행'을 떠날 만한 여행지가 어디 없을까.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비로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숲길에서 명상을 즐기면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소중한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생소한 체험이 선사하는 행복감을 느끼며 풀내음을 맡고 새소리를 들으며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 '청정 제주'로 떠나본다.



제주의 숲에 들어서면 바람소리가 잦아들고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숲은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의 보금자리다. 숲속 생명들은 공정하게 공존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 가득한 '물뫼힐링팜'

제주특별자치도 애월읍 수산리에 위치한 '물뫼힐링팜'은 일찌감치 치유의 힘에 주목했다. 물뫼힐링팜은 제주지역의 순우리말인 '물뫼'와 영어로 '치유 농장'을 의미하는 '힐링팜'을 합친 이름이다.
물뫼힐링팜을 운영하고 있는 양희전 대표는 지난 1995년부터 대체의학을 공부해오던 중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구에서 치유농업 형태가 정착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유기농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기농 감귤, 고구마, 유자, 옥수수, 한약재 등을 재배하는 것은 물론, 제주 먹거리 문화 복원과 유기농업 진흥을 위해 제주 토종 흑돼지도 방목하고 있다. 농장이 알려지면서 단순 체험을 원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양 대표는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먹거리를 섭취해야 세포가 건강해진다. '힐링센터' 개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유기농 농사에 뛰어들었다"며 "스트레스가 심해 면역질환을 겪는 사람들,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이들이 여기 와서 같이 지내면서 치유되고 자기 감성이 살아나는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물뫼힐링팜에서는 '노마드 자연여행'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혈압과 피부 온도 등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양 대표를 따라 트레킹에 나섰다. 걷는 도중 단지 눈만 감았는데도 걷는다는 것이 생소했다. 언덕에 올라 잠시 쉬면서 차 한 잔 마시는 동안 눈 앞에 펼쳐진 풍광에 그동안의 시름이 눈녹는 듯했다. 체험 이후엔 자연밥상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천연재료로 색을 낸 빙떡, 찰옥수수밥, 적 등 천연 식재료를 이용해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상차림이다. 3.6㎞가량을 걸으면서 명상을 즐긴 뒤 식사까지 마치는데 4시간가량 걸린다.


■자연에서 누리는 최고의 휴식 '서귀포 치유의 숲'

물뫼힐링팜 체험의 아쉬움이 가시지 않아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향했다. 서귀포 남쪽 산록도로가에 자리한 서귀포 치유의 숲은 높이에 따라 삼나무, 편백나무, 서어나무 등 난대, 온대,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고루 퍼져 있다. 치유의 숲은 최적의 웰니스 여행지로 손색이 없지만 하루만에 숲을 모두 둘러보는 건 무리다. 그 정도로 광활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 숲은 서귀포 사람들이 즐겨 찾던 동네 뒷산이었다고 한다. 광활한 숲 곳곳에는 옛 제주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마을터 등 삶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인근 마을 출신의 마을힐링해설사와 함께 숲의 자연과 문화에 대해 듣는 '숲길힐링프로그램'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치유의 숲이 들려주는 문화, 자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휴식공간인 쉼팡을 찾아 숲길을 걷는다. 지나치기 쉬운 숲길 중간중간에 놓인 나무 의자와 침대 위에 앉아보고 누워도 본다. 나무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실눈을 뜬 채로 마주하고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손끝으로 비벼 짙은 나무향기도 맡아본다. 공기는 달콤하고 숲 내음은 향긋하다. 너그러운 자연이 제공하는 에너지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는 의지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 삶을 회복할 힘을 제공한다. 자연과 함께 누리는 최고의 휴식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주도 여행의 새로운 맛, 오프로드 체험

제주엔 마음을 편안하게 쉬게 하는 여행지만 있는 게 아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가면 역동적인 체험이 가능한 제라진 오프로드가 있다. 여기선 험로전용차량을 이용해 제주 목장길을 힘껏 내달릴 수 있는 오프로드 체험이 가능하다. 제라진 오프로드를 운영하는 한초이 대표가 평소 취미생활이던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상품화시켰다. 총연장은 6.5㎞이며 코스는 16개에 달한다. 차량을 이용해 목장길에 들어서니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펼쳐졌다. 험로전용차량이라 바퀴가 크고 폭이 넓어 급한 경사와 다듬어지지 않은 오프로드 길을 내달릴 때마다 온몸이 들썩였다. 오프로드 레이싱 대회 입상 경력의 베테랑 드라이버는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보다 더 스릴 넘치고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다. 해발 305m에 위치한 언덕 전망대에선 제주도 동북해안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제라진캠프를 출발해 선새미라고 불리는 벵뒤못에 도착했다. 사계절 일정한 수량으로 서식동물들의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저수지다. 벵뒤못 근처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 떼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이곳에선 오는 동안 겪은 저마다의 경험담을 쏟아내며 한참을 웃고 떠들 수 있고 멋진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영가믄 좋아마씸"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제주의 먹거리를 즐기기 좋은 곳이라고 해서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을 찾았다. 1960년대 서귀포 시가지의 중심인 중앙동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200여개 점포, 140여개 노점이 모여 있는 전통시장이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던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지난 2009년 제주올레 6코스가 시장을 가로지르면서 다시금 활기를 찾았다. 올레 여행객이 지나면서 찾아오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제주올레가 인기를 끌면서 올레길과는 상관없이 시장을 찾는 여행객도 부쩍 늘었다. 이곳 시장에선 문어다리꼬치, 흑돼지 등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제주를 추억할 수 있는 수많은 관광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쾌적한 환경과 넉넉한 쉼터도 서귀포매일올레시장만의 강점이다. 시장 중앙로에 잉어 떼가 다니는 생태 수로, 수로 옆 벤치는 이용객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시장 내부가 왕(王)자형으로 이뤄져 있어 쇼핑하기 편리하다. 시장 내 위치한 주차장은 5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할 정도로 널찍하다.
제주사람들에게 이 시장에 대해 물으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영가믄 좋아마씸(이렇게 가면 좋아요)"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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