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만 하다가 끝난 1학기…대학생 "종강 당했다" 허탈
2020.06.22 09:06
수정 : 2020.06.22 10:21기사원문
#. 올해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입학한 박모씨(20)는 종강을 앞두고 허무함을 느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에 온라인강의가 이어지면서 캠퍼스 한번 제대로 못간 채 학기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입학 전 꿈꿔왔던 대학 생활은커녕 온라인 강의만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2020학년도 1학기 종강을 앞두고 허탈감을 호소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생활이 제한되면서 허무하게 한 학기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신입생과 복학생을 비롯해 모두에게 이례적이었던 이번 학기를 두고 학생들은 "잃어버린 1학기"라며 입을 모았다.
■"조별과제도 카톡으로…이럴 거면 왜 다니나"
군입대와 개인사정으로 3년을 휴학한 뒤 복학했다는 신모씨(25)는 "교수가 정해준 팀으로 조별과제를 진행하는데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카톡으로만 회의하더라"며 "수업 중에 질문이 있으면 교수한테 따로 연락해서 물어봐야 하고, 선후배 한명 사귈 수 없는데 이럴 거면 대학을 왜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온라인 강의가 한 학기동안 이어지면서 부작용이 쏟아졌다.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서강대, 건국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는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 논란이 일었다.
지난 13일 서울대에서는 박사과정에 있는 한 외국인 학생이 외국인 대상 시험과 과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학생은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면서도 시험을 무사히 치렀다고 알려졌다.
부정행위 정황을 포착한 대학본부는 학생에게 F학점을 부여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학생들은 성적 공지 이후 해당 등급을 그대로 받을지 '패스(Pass)'로 받을지를 결정하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에서도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떨어진 수업의 질…등록금 환급하라"
등록금 환급에 대한 논쟁은 개학 시기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건국대가 대학 중 최초로 2학기 등록금 중 일부를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등록금 환급을 결정했다. 온라인 강의로 수업의 질이 낮아졌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이나 감면이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비용과 원격수업을 위한 설비 비용 등 지출이 많아 대학 재정이 여유롭지 않다는 이유 등이다.
이에 대해 한 대학생은 "모든 강의가 그랬던 건 아니지만 일부 강의는 정말 형편없을 정도로 질이 떨어졌다"며 "몇 년전 자료가 되풀이 됐고 소음이 심해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교육권을 이렇게 침해받고도 등록금을 환급해주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수업의 질은 떨어지고 부정행위까지 만연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학교 측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마련하고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