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 일제 잔재 청산 위해 만들어졌다?

      2020.06.21 08:50   수정 : 2020.06.21 08: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81

도로명 주소가 도입된지도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2011년 도로명 주소 최초 고시 후 기존의 지번주소와 함께 사용하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는데요.

그런데 이 도로명 주소, 대체 왜 쓰이게 된 걸까요?

■ 도입 7년 차 '도로명 주소'.. 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종전의 지번 주소 체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 결과로 만들어졌습니다.

토지 수탈 및 조세 징수의 목적으로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이 완료되면서 건물번호를 주소로 사용하는 대신 지번 주소를 사용하게 됐는데요.

지번 주소 체계는 도로를 따라 체계적으로 주소가 부여된 것이 아니라, 사행식(蛇行式, 뱀이 기어가는 듯한 모양)으로 부여됐습니다.



이후 급속한 경제 개발과 도시화 및 산업화를 겪으며 지번이 여러 차례 분할·합병되어 배열이 불규칙해지는 등 그 체계성이 훼손됐다고 합니다.

이는 집 찾기의 불편함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화재·범죄 등의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했고, 물류비용이 늘어나는 등 각종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낳았습니다.


OECD 국가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도로명과 건물번호에 기반한 도로명 주소 체계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지번 주소는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현재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 도로명 주소를 이해하면 지도가 보인다

도로명 주소는 행정구역, 도로명, 건물번호, 상세주소로 구성됩니다.

먼저 도로명은 그 규모에 따라 대로, 로, 길로 구분되는데요. 8차로 이상의 도로는 '대로', 2차로에서 7차로까지는 '로', 그보다 좁다면 '길'입니다.

건물번호의 경우 도로의 시작점에서 20m 간격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의 기초번호를 붙입니다. 이 번호를 기준으로 건물번호가 정해지는 것이죠.

이때 서쪽에서 동쪽으로,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숫자가 커집니다. 번호가 붙은 구간 내에 건물이 여러 개라면 두 번째 건물부터는 가지번호가 붙습니다.

건물 주변에 도로가 많다면 건물의 주 출입구와 만나는 도로가 건물번호의 기준이 됩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도로명 주소는 주소 자체로 지도의 역할을 합니다.


도로명과 건물번호만 알고 있어도 도로의 폭을 유추할 수 있으며 건물이 도로의 어느 쪽에 위치하는지, 도로의 시작점에서 건물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의나루로 81'이라는 주소로는 여의나루로가 2~7차선의 도로라는 것, 해당 건물이 도로 시작점의 왼쪽에 위치했다는 것, 시작점으로부터 800m(81x10m=810m)의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네요.

덕분에 지번주소를 사용할 때보다 길 찾기가 훨씬 수월해졌으며, 소방이나 경찰의 신속한 출동이 가능해졌고 물류비 절감 등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감소한 것이 도로명 주소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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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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