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 들여 왜 한국 지켜야 하나… 미군 떠날 수도 있다"

      2020.06.22 18:28   수정 : 2020.06.23 10:37기사원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후 한·미 동맹을 폄하하고,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 정부를 배제하는 등 독단적 행보를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폭로에 나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트럼프가 국제문제를 개인문제와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비유해 논란을 샀다.

■트럼프, "한국 왜 지켜야 하나?"

22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에 초지일관 재선용 홍보 차원에서 접근했다.



회고록에 의하면 트럼프는 지난 2018년 11월 8일 오후 2시 무렵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턴을 비롯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각료들과 회동했다. 당시 회의 주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 중이던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미군 철수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우리가 이란이 조종하는 IS를 러시아와 이란, 이라크를 위해 죽이고 있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리아에서 미군을 빼내야 한다"며 "내 대선 공약은 미군을 빼내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승리를 위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폼페이오의 주장에 월남 패망을 거론하며 "그건 베트남에나 해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왜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 볼턴은 트럼프가 이후에도 한국을 방위하는 문제에 회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볼턴에 따르면 트럼프는 해외 미군 주둔비용에 매우 민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한 '집단 방위체제'나 '상호 안보동맹'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다른 복잡한 국제적 조약에도 묶여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볼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30일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주한미군과 돈 문제를 엮었다. 트럼프는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10억달러(약 1조2149억원) 미만을 내고 있다. 우리는 매년 40억달러(약 4조8596억원)를 손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무상제공과 더불어 방위비 분담내역을 설명하자 "그곳은 우리 땅이 아니라 우리가 토지세를 내서는 안 되고, 상황이 평화로워진다면 어쩌면 (미군은)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핵시설 폐기 '조현병 같은 생각'

한국에 대한 결례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와 진행에서도 이어졌다. 볼턴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국의 제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같은 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대장을 받고 충동적으로 회담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볼턴은 1차 회담 준비 과정에서 나왔던 한국전 종전선언을 놓고 처음에는 북한의 제안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한국 정부의 의견임을 알고 한국을 경계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미는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끊임없이 따돌리려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4월 28일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미 3자 회담을 제안했다. 볼턴에 의하면 문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22일에도 정 실장을 통해 싱가포르 회담 참가 의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거부당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 전 트럼프를 만난 자리에서 판문점까지 동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폼페이오가 끼어들어 판문점 회동이 북·미 양자회동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거듭된 거부에도 '삼고초려' 끝에 겨우 판문점까지 갈 수 있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뒤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제안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를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했다"며 "이를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적었다.

한편 이날 정 실장은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 협의 내용의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다. 정확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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