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경기침체 온다"… 美 가계·기업 돈 안쓰고 저축 올인

      2020.06.22 18:32   수정 : 2020.06.22 19:44기사원문
코로나19 여파로 현금이 빠르게 쌓이면서 올 상반기 미국 은행의 예금 보유액이 2조달러(약 2425조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안감으로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이 전례없이 돈을 쌓아둔 결과다.

■역대 최대 규모 "코로나19 때문에"

21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인용,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1월 이후 예금액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인 2조달러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예금은 지난 4월 한 달간 8650억달러(1050조원) 증가했다. 이는 월간 증가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이다.
평소라면 1년 동안 모였을 예금액이 한 달 만에 모인 것이다. 글로벌 금융분석기관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브라이언 포란 애널리스트는 "이런 증가세는 놀랄 만한 일"이라며 "은행들이 현금 홍수에 빠져있다"고 표현했다. 예금 증가액의 3분의 2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을 비롯한 대형 기관 25곳에 집중됐다.

미국 대형 은행들로 예금이 쏠린 데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 기업들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보잉과 포드 등 대형 기업들은 즉각 수십억달러를 마련해 이를 은행들에 예치했다.

미국 정부가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에 임금대신 지급하는 임금보호프로그램(PPP)을 대형 은행들이 중개한 점도 이들에 돈이 몰린 배경이다.

봉쇄령으로 소비자들의 저축액도 급증했다. 미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4월 개인 저축률은 33%를 기록했다. 이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다. BofA는 "잔액 5000달러(607만원) 미만의 계좌의 예금액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최대 40%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들도 경기 침체를 맞아 돈을 대출해주기 조심스러운 상황이어서 현금을 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포란 애널리스트는 "당장 보유한 현금을 갖고 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게 많은 은행의 고민"이라며 "이미 보잘것없는 수준의 예금 금리가 더욱 낮아질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美대기업, 현금 확보 총력전

미국 대기업들도 '돈 쌓아두기'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아직은 경기확장에 베팅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상장 대기업들이 지난 10년간 확보한 현금을 아껴서 쓰고 있고, 비용절감과 채권발행을 비롯한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총동원해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도날드는 48억달러(5조8315억원)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총부채가 10% 늘었다. 1·4분기 현금은 45억달러(5조6670억원)가 됐다. 인텔도 104억달러(12조6349억원) 채권 발행으로 총부채를 35% 끌어올리는 대신 현금 77억달러(9조3547억원)를 확보했다.

펩시코는 1·4분기 76억달러(9조2393억원)를 빌려 현금 보유규모를 2배로 늘렸고, 호텔체인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는 1·4분기에 호텔 마일리지포인트를 팔아 10억달러(1조2157억원)를 확보했다. 힐튼의 현금 보유 규모는 연초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했다.
크루즈 업체 카니발은 배 6척을 매물로 내놓아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주택건축업체 레나의 경우 토지 매입을 일시 중단하는 등 투자중단으로 현금 지출을 줄이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WSJ은 이들의 현금 확보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경기회복기에 도약발판 마련을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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