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격차 이어갈 신소재 만들었다
2020.06.25 00:00
수정 : 2020.06.24 23: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갈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신소재를 이용해 반도체 칩을 더 작게 만들면서 속도까지 높여 미세공정의 한계를 또한번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신소재 개발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초과학연구원을 포함해 국제 공동연구진에 의해 이뤄졌다.
신현석 UNIST 교수는 25일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실에서 신현석 교수팀가 비정질 질화붕소 소재를 합성해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줄임과 동시에 정보처리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은 절연체의 유전율을 낮추는 것이다. 연구진은 비정질 질화붕소 소재 합성으로 기존 절연체보다 유전율을 30% 이상 낮췄다.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은 1.78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이하의 신소재를 발견한 것이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절연체는 다공성 유기규산염으로 유전율이 2.5 수준이다.
유전율은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말한다. 유전율이 낮을수록 반도체를 작게 만들 수 있다. 또 절연체란 반도체내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이다.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반도체 산업계에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지던 부분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협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론적 계산 및 포항가속기연구소 4D 빔라인을 활용해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은 이유가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이라는 점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아 이러한 작업 없이도 높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 25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한편 유럽연합의 그래핀 연구 프로젝트 파트너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매니쉬 초왈라 교수와 스페인 카탈루냐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스테판 로슈 교수가 참여해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현재와 같은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소자가 작아질수록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이 심해 오히려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 간섭을 최소화하는 낮은 유전율을 가진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 한계 극복의 핵심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