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의료산업 잠재력 확인… 韓 선도경제 주도권 잡아라"
2020.06.24 16:41
수정 : 2020.06.24 17:36기사원문
―코로나 뉴노멀 시대가 예고된다. 어떤 변화가 펼쳐질까
▲윤창현 의원=4차산업이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고용이다. 이들 산업은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하고 싶은 시간을 스스로 정해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하고,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감이 줄어든 시기에는 충분히 쉴 수 있는 노동유연화가 필수다. 쿠팡 플렉스나 배민라이더스 같은 투잡형 단시간 일자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고용안전망에서 받쳐주고, 직업훈련으로 밀어주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양향자 의원=교통·교역·여행이 급감하고 제조·유통·금융업도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수요 전반이 휘청대고 있다. 우리의 수출, 즉 대기업까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까지 더해지며 산업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문명·문화가 완전히 바뀌는 대전환으로 봐야 한다. 기업의 도산, 소비와 생산의 급격하고도 장기적인 위축, 글로벌 분업체계의 파괴, 로봇과 AI로 인한 노동 대체와 고용 축소, 고용 축소로 인한 세수 감소까지 전에 겪지 못한 위기가 총체적으로 오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서왕진 원장=코로나 뉴노멀 시대는 방역과 경제, 민생 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코로나19의 특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의 부족,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불확실성은 시간적, 기술적 측면에서 방역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고, 모든 일상의 정상적 작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 양 측면이 동시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경제시스템과 국내 자영업, 서비스업 모두 붕괴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밸류체인의 붕괴는 제조 공정의 분산을 목적으로 하는 리쇼어링이나 지역적 다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보는 최상의 상황은 무엇인가
▲양=위기일 때 기술은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했고,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얻어왔다. 인류 역사를 봐도 국가 간의 우위, 지배와 피지배 관계는 기술력 차이에서 나타나곤 한다. 코로나 위기서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방역의 우위를 선보일 수 있던 것은 바로 반도체 패권에 기반을 둔 IT 기술력과 뛰어난 의료 인력이 융합돼 시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포스트 코로나 최대 과제는 다른 말로 하면 포스트 반도체, 반도체에 필적할 기술 패권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 가능성을 보인 것 중 하나가 바이오테크놀로지(BT), 선진적 IT인프라와 우수 의료 인력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만큼 하기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서=코로나 방역과 경제, 민생방역 모두에 성공하는 것이다. 방역 모범국 한국이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등 기존산업의 비교우위를 강화하는 한편 방역과 바이오의료 분야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세계적 경제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재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깊고 강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전국민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게 된다면 불평등 완화는 물론 노동의 유연성을 높여 복지, 혁신, 성장, 복지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서=2차 팬데믹의 현실화와 장기화, 각국의 봉쇄 정책의 강화로 인한 글로벌 밸류 체인의 단절과 자영업 및 서비스 산업의 붕괴로 도시경제의 펀더멘털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내야 한다. IMF 시기처럼 국가적 재난의 고통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온통 전가되는 것 또한 막아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다.
▲양=반도체 신화를 이끈 건 누가 뭐래도 사람이다. 결국 기술 패권이라는 것도 사람이 이뤄내는 것이다.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지 못하면 포스트 코로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술 패권의 자양분이 되는 기초과학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단기적으로 인력이 유출되지 않게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기초과학 교육 인프라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기술 패권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대변화 시대를 대비할 첫번째 키워드가 있다면
▲양=혁신과 포용에 기반한 국가 재설계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시대적 키워드다. 문명의 전환, 수요·공급의 동시 축소라는, 기존 경제 구조에서 볼 수 없던 이례적 상황이다. 완벽한 것 같았던 글로벌 분업체계의 파괴, 로봇과 AI 등장으로 인한 노동의 대체 가능성과 고용 축소, 고용 축소로 인한 세수 감소까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는 중이다. 지금의 정치·사회·경제·문화에 최적화된 국가 체계로는 포스트 코로나 변화를 선도하기는커녕 따라갈 수도 없다. 국가를 완전히 새로 디자인하는 차원에서 법과 제도, 산업 구조, 정치 체제 등 대한민국을 재설계하는 차원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헌법 대개정에도 나서야 한다.
▲서=회복탄력성(리질리언스)의 강화다. 재난, 재해를 극복하는 국가, 도시의 복원능력을 의미하는 리질리언스 강화에는 공공성과 시민민주주의의 심화가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방역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탄탄한 공공의료체계다. 건강보험을 통해 저렴하게 검사하는 시스템,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를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공공의료시스템은 이번 방역에 있어 큰 버팀목이었다. 이러한 공공의료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민간병원과 협력하는 공공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공공의료인력 양성, 방역물자 비축, 재난 관련 기구의 재편 등 대응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윤='균형'이 중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줄여가며 경제활력 회복에 집중해나갈 타이밍을 잘 찾아내야 한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줄어들 기미가 없는데 성장을 앞세워 수요확대를 위한 오프라인 소비지원 대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정치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산업에서 뒤처지는 회사, 여기서 발생되는 실직자를 다시 경제와 일터로 올려드리기 위해 의회가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정치가 잠들 때 경제가 자란다'는 말을 들어서는 곤란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한류가 기대된다.
▲윤=1990년대 최고 인재가 공대로 진학 러시를 하자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의대로 인재가 몰렸고 K방역 성공의 핵심동력이 됐다. 최고 의술을 가진 의료인과 의료기술을 산업으로 연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ICT 기술과 최고의 의료 인재풀을 접목시켜 기술은 특허와 제품으로, 회사의 실력을 모아 산업으로 엮어내야 한다. 의술이 산업으로 발전하는 길을 막고 있는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해답은 없다. 늦은 만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야당도 이러한 정부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
▲양=결국 기술과 인재가 중요하다. K방역은 선진적이고 촘촘한 IT 인프라와 우수한 의료 인력이 융합돼 시너지를 냈다. IT기술은 김대중정부 때부터 준비해왔고, 이에 토대가 된 반도체 역시 30년 넘는 과정의 축적물이 있었다. 우수 의료 인력이 풍부한 것도 뛰어난 인재들이 오랜 기간 의료계에 진출해왔고 누적돼 왔기 때문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큰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기술적·인적 인프라를 하나로 엮어내서 효율을 극대화한 정부의 리더십 역시 매우 중요한 축이었다. K방역이 신성장동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지금처럼 감염병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공격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의료기술에 빅데이터, AI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초단절이 동시에 진행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의료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