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럽에 31억달러 보복관세 추진
2020.06.25 08:19
수정 : 2020.06.25 08:19기사원문
의견 수렴이 끝나는 다음달 말부터 추가 관세를 물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2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전날 에어버스 보조금과 관련한 보복관세 부과대상 후보 30개를 제시했다.
독일 맥주부터 올리브, 케이크, 진, 보드카, 프랑스 명품업체가 만드는 캐시미어 스웨터, 영국산 몰트 위스키, 비알코올성 맥주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31억달러어치 EU, 영국 제품이 대상이다.
EU는 곧바로 대화를 촉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방침은 "기업 불확실성을 높이고, 대서양 양안에 불필요한 경제적 손상을 야기한다"면서 새로 관세를 물게될 제품의 공급망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유럽산 에어버스가 불법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판정을 이끌어 낸 뒤 EU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WTO 판정에 따라 유럽 제품 75억달러어치에 최대 100%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으나 권리의 일부만을 행사하며 계속해서 유럽을 압박해왔다.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 관세율을 15%로 올렸고, 유럽과 영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매겼다.
보복관세를 단계별로 높이고, 대상도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EU 역시 미국의 보잉이 불법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WTO에 맞제소한 상태이다. 그러나 불법보조금 판정이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EU는 미국보다 불리한 처지다.
당초 이달 중 WTO가 결론을 낼 전망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판정이 늦어지고 있다. EU는 9월 이후에나 WTO 판결을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STR은 보복관세 실행을 착실하게 준비해가고 있다. 7월 26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의견 수렴이 끝나면 USTR이 언제든 30개 후보군에 대해 보복관세를 물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미국이 실제 보복관세 부과에 나설지 EU와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는 카드로만 활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의 추가 보복관세 방안으로 EU와 무역 긴장은 더 높아지게 됐다.
미국과 항공기 보조금 분쟁을 협의로 해결하려는 EU의 노력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연초 반짝 활기를 보였던 미국과 EU간 무역협상 '미니딜'도 코로나19에 밀려 중단되는 등 대화 물꼬가 트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에는 전세계적인 단일 기준을 만들기 위한 디지털세 협상도 좌초됐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에 반대했던 미국이 코로나19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협상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디지털세 협상 결렬로 EU를 비롯해 디지털세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있다면 이들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USTR은 중국과 무역전쟁에 동원한 슈퍼301조를 근거로 이달초 디지털세를 적용하는 국가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 유럽 등 교역상대국들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무역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어 최소한 11월 미 대통령 선거까지는 계속해서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은 EU와 대규모 상품교역 적자를 강조하고 있다.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대 EU 상품교역 적자는 2016년 1460억달러에서 지난해 1780억달러로 증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