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여 먹었는데 고열·두통·설사? 도마·행주도 수시로 소독하세요

      2020.06.26 04:00   수정 : 2020.06.26 04:00기사원문
장마는 보통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평균 장마기간은 32일이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최대 90%까지 높아진다.

각종 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음식물이 상하기 쉬워 식중독이 많이 발생한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증도 유행하고 있어 위생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25일 "장마 기간에만 사는 세균은 없지만 장마철에는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세균의 번식 속도가 빠르다"며 "살균효과가 있는 햇빛의 자외선 양이 장마철에 줄어들어 세균이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마철, 감염형 식중독 발생 높아

감염형 식중독은 살아있는 유해세균을 다량으로 섭취해 발생한다. 주로 계란, 우유, 어패류 등에서 증식한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대장균 등이 원인이다. 오염된 음식을 먹고 일정시간이 지난 다음날 혹은 이틀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은 발열과 혈변, 점액변이며, 항생제 복용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경희의료원 감염면역내과 이미숙 교수는 "감염형 식중독균은 열에 의해 사멸되기 때문에 조리 시 음식을 충분히 익힌 후 섭취해야 한다"며 "다만,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독소'의 특성을 고려해 음식이 조금이라도 상했다고 생각이 들면 무조건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식중독의 원인은 세균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 식품 속 미생물이 생산하는 독소에 의한 식중독, 동·식물성 독소에 의한 자연독 식중독, 화학 물질에 의한 화학성 식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세균성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은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있다. 무더운 여름과 장마철에 많이 발생한다.

증상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건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다. 이 균의 독소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시간에서 6시간 내에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 이 경우 항생제나 지사제 복용보다는 충분한 수분공급과 같은 대중요법을 쓰는 게 좋다.

장티푸스에 감염되면 1~2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섭씨 40도 안팎의 고열과 두통, 설사 증세가 나타난다. 오들오들 떨리고 머리와 팔다리 관절이 쑤시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심하면 장출혈, 뇌막염 등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 발생 원인은 70~80%가 오염된 물을 통한 전염이다. 병이 심해지면 2~3주 뒤부터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탈진상태에 들어가며, 몸에 열꽃이 생기고 피가 섞인 변이 나온다. 장티푸스 환자라고 모두 설사를 하는 것은 아니며 변비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장티푸스를 예방하려면 미리 예방접종을 해두는 것도 좋다. 과거 장티푸스를 앓았던 사람은 장마철에 특히 손을 깨끗이 씻고 주방 행주나 도마를 수시로 소독해야 한다.

살모넬라균은 닭과 오리와 같은 가금류가 가장 흔한 감염원이다. 계란이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열에 취약해 62~65도에서 30분 가열해도 사멸된다. 달걀을 익히면 감염을 피할 수 있지만, 음식 조리 과정에서 다른 식품에 의한 2차 오염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콜레라는 장마 끝에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전염병이다. 콜레라는 분변, 구토물,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밥을 먹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콜레라균에 감염되면 보통 2~4일간의 잠복기가 지난 뒤 심한 설사와 함께 탈수현상으로 갈증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혈압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고 정신상태가 불안해진다.

■탈수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식중독에 의한 설사가 지속될 경우 '탈수증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탈수상태가 지속돼 각종 합병증 유발은 물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 물 섭취량을 평소보다 늘리거나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설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면 안된다. 이는 오히려 독소의 배설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후,미음이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부터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식사량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이 때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섬유질이 많은 음식, 맵고 기름지거나 튀긴 음식,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음주와 흡연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손씻기 등 개인위생 잘 지켜야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음식의 선택·조리·보관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세균은 주로 섭씨 0~60도에서 번식한다. 저장은 4도 이하에서,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 60도 이상으로 가열해도 식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디움균의 독소는 가열해도 증식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리된 음식은 가능한 즉시 먹는 게 좋다.

철저한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외출하거나 더러운 것을 만지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손 씻기가 필수다. 또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음식을 조리해선 안 된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는 여름에는 지하수나 약수, 우물물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수돗물과 달리 염소 소독을 안 한 상태이므로 각종 식중독균 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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