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모성애” 죽은 새끼 곁 못 떠난 어미 돌고래
2020.06.26 12:28
수정 : 2020.06.26 12:28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해역에서 죽은 새끼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남방큰돌고래의 영상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최완현)은 최근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를 관찰하던 중, 어미 돌고래가 이미 죽은 새끼 돌고래를 수면 위로 올리려 하는 애쓰는 모습을 포착하고 26일 해당 사진·영상 공개했다.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의 사체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국립수산과학원 김현우 박사는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추정했다.
어미 돌고래는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돌고래 무리 근처에서 보트를 타고 이 모습을 관찰하던 연구진은 약 5분간 어미의 행동을 촬영했으며, 돌고래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조사를 종료했다.
고래연구센터에 구축된 자료에서 검색한 결과, 해당 어미 돌고래는 지난 2008년 4월 처음 발견돼 ‘JBD085’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개체로 확인됐으며, 과거에도 출산 경험이 있는 암컷 성체로 확인됐다.
어미 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한동안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특이 행동이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도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한 차례씩 관찰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죽은 새끼에 대한 어미의 애착 행동은 무리의 개체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동의 일종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새끼를 끝까지 지키려는 어미 돌고래의 모성애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다”며 “요즘 제주도 연안에는 돌고래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돌고래 무리를 만나면 다가가거나 진로를 방해하지 말고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주는 여유를 당부 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 열대 및 온대 해역에 분포하는 중형 돌고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연안에 주로 분포하며, 개체 수가 적어 멸종위기종이다. 특히 200㎏가 넘는 남방큰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힘차게 자맥질을 하는 모습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색다른 볼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