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출범 물건너간 공수처… 국회는 후보추천위 구성도 못해
2020.06.28 17:51
수정 : 2020.06.29 08:11기사원문
그러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데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 국회 개정안 등 후속 법안도 국회에 계류되는 등 출범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더구나 미래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에 맞서 문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국회에 강력히 요청하면서 권력기관 감시기구인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을 앞두고 난항에 빠졌다.
공수처 출범이 다음달 15일을 겨냥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데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 국회 개정안 등 후속 법안도 국회에 계류되는 등 출범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더구나 미래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에 맞서 문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국회에 강력히 요청하면서 권력기관 감시기구인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후속법안 계류·야당 반대 등 난항
28일 법조계·정계에 따르면 현재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내달 출범을 앞둔 가운데 여전히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회에 설치되는 추천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여당 아닌 원내교섭단체 추천 인사 2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원 7명이 각자 후보를 추천하고 추천위원 6명 이상이 찬성하는 최종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임명한다.
문제는 추천위가 꾸려지지 않으면 공수처장 인선 작업도 자연히 올스톱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추천위에서 올린 공수처장 후보 2명 중 1명을 지명해야 하는데, 추천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구조인 셈이다.
추천위가 가동되더라도 공수처장 임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7명의 위원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는데, 야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후보를 선출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미래통합당은 당내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운영 규칙안에 따르면 요청기한까지 위원 추천이 없으면 국회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야당의 비협조로 추천위원회 구성이 무기한 연기되는 사태는 막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되면 야당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최근 문 대통령은 국회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촉구하며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립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공수처 부지 선정 등 세부적 준비절차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월 14일 공수처 설립준비단(남기명 단장)은 "공수처가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무실을 한시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과천청사 5동이 한시적으로 사용할 건물 중에서는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5동 건물은 공수처가 한시적으로 입주할 사무실 등 공사가 한창이다.
이에 앞서 준비단은 법무부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한 뒤 하루 만에 "한시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꼼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행정·입법·사법부에서 독립된 공수처가 정부부처인 법무부와 한 청사에 있다는 게 부적합하다는 지적에도 정부과천청사 입주를 강행했으나 수사 공정성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일단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부과천청사에 한동안 입주한 뒤 공수처 내부회의를 통해 다른 지역의 입주 건물·부지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조달청 등 서초동 지역의 공공기관 건물이나 부지가 영구 입주할 유력지로 검토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직 세팅 한창…처장 후보 하마평
준비단은 내부 논의를 통해 수사처 조직·운영에 필요한 세부사항과 검사·수사관의 구체적인 자격 등을 담은 '수사처 규칙' 등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조직은 처장 1명과 차장 1명을 포함한 25명 이내의 검사와 40명 이내의 수사관으로 구성된다. 특정직공무원인 공수처 검사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 재판이나 수사,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사람을 인사위원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으로 세 번까지 연임할 수 있고, 정년은 63세다.
공수처 수사관의 자격요건은 △변호사 자격 보유자 △7급 이상 공무원 중 조사·수사업무 종사자 △5년 이상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 실무 종사자 등으로 정해져 있다. 임기는 6년으로 연임할 수 있고 정년은 60세다.
공수처장 후보로는 이광범 전 법무법인 LKB 대표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와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23기)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광범 변호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에서 특별검사를 맡으며 주목받았다.
판사 출신으로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이용구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법무부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공수처법 통과 이후에는 공수처 출범 준비팀장도 맡았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검사 출신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16기),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판사 출신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19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지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19기) 등의 이름도 오르고 있다.
이 밖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추진했던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11기)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주도했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16기) 등도 여성 공수처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법조계 내에선 공수처가 기존 검찰조직의 문제점을 넘어선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도 공수처장 개인에 좌우되지 않는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독점하던 권한을 여러 기관에 분산해야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