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 재편...재계에선 "정부 지원 부족해"
2020.06.29 08:45
수정 : 2020.06.29 10: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국내 항공업계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운데다 항공업계 최대 관심사인 인수·합병(M&A)역시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재계에선 국내 항공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 재편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봤던 항공업계 재편이 모두 연기된 상태다.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결합을 발표했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표면적으로 이 기업결합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해외 항공당국의 기업결합심사다. 제주항공은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베트남 항공 당국의 추가 서류 제출 요청에 따라 지난 25일 추가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해외 기업결합심사 외에도 계약서상에 명시된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각종 선결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제주항공의 입장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주항공 측에 이사·감사선임을 위한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주항공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내달 6일 임시주총을 재소집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오후 2시 제주항공과의 기업결합과 관련된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제주항공 모기업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이스타항공 인수 시 애경까지 위험해질 수있다고 우려를 밝힌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교착 상태다. 다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일대일로 만나면서 본격적인 재협상이 시작될 지 기대된다. 이 만남에서 이 회장은 HDC현산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준다면 매각 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지난 26일 '윙(날개)' 마크 사용에 대한 상표권 계약을 현산 측에 보다 유리하게 바꾸기도 했다.
■올 하반기 실적 회복 '난망'…韓정부 지원 부족해
재계에선 정부가 항공업계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항공사 자산 대비 지원 비율이 주요국보다 낮다는 게 이같은 주장의 근거다. 정부는지금까지 대한항공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 1조7000억원, 저비용항공사(LCC) 3000억원을 지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은 항공사 7곳의 작년 말 기준 자산 합계는 44조9000억원으로 자산 대비 7.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아메리칸, 델타 등 주요 6개 항공사 기준으로 213억달러(약 25조6000만원)를 지원했으며, 이는 항공사 자산 대비 10% 수준에 달한다. 별도의 대출 프로그램(250억 달러 규모)도 운영 중이다. 독일은 기간산업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해 루프트한자에 총 90억유로(약 12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루프트한자 자산 규모(427억유로)의 21% 수준이다. 이 중 3억유로는 루프트한자 지분 20%를 매입하는 데 사용했지만, 주식 의결권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행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도 지난 9일 항공우주산업에 150억유로(약 20조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에어프랑스에만 70억유로(약 9조5000억원)를 지원한다. 이밖에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항공에 130억유로(약 16조원)를 지원했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정부는 알리탈리아와 TAP항공 국유화를 위해 각각 30억유로(약 4조원)와 12억유로(약1조60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항공사들은 올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휴 여객기 활용 등을 통해 화물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여객 부문 영업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 순손실이 843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