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 헌납"… 매각은 여전히 안갯속
2020.06.29 17:43
수정 : 2020.06.29 17:57기사원문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체불 사과와 함께 매각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을 통해 "직원의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면서 "자신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이스타항공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의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약 41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약 25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 임금 탓에 교착상태에 빠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에 물꼬를 트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최근 제기된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의원은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했고, 관련 세금도 정상적으로 납부했으나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오늘이 M&A 딜의 마지막 날이고 현재 회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회사와 임직원의 고용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딜이 성사되도록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주가 회사를 포기하고 헌납까지 하게 된 상황에 회사를 대표해 송구함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 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 작업을 서둘러주기를 1600명 임직원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제주항공과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항공료 부담 완화, 항공여행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 온 국내 LCC 업계는 최근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여있다"며 정부에도 과감한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금 3조1000억원 중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한 지원금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해 꼬인 체불임금 문제를 풀겠다는 발표에도 이스타항공 매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수주체인 제주항공 측은 이날 발표가 불쾌하다는 입장을 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만약 기자회견을 하려고 한다면 우리와 협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없이 이스타 쪽이 발표를 한 것"이라며 불쾌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대주주가 지분을 헌납한다고 해도 제주항공이 납부할 매각대금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제주항공 측은 "해당 발표가 사실인지, 무슨 의도로 그런 발표를 했는지도 제주항공으로선 파악이 안된다"며 "입장을 낼 게 없다"고 밝혔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