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조선 심상치 않은 징조들…구조조정 본격 시작
2020.06.30 05:10
수정 : 2020.06.30 09:41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한국 조선 산업에서 심상치 않은 업황 부진의 신호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부서를 줄이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에 부서축소까지…'조직 슬림화'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다음달 13일까지 희망퇴직을 받는다. 약 1100명의 직원이 대상이다. 퇴직 위로금은 최대 14개월치다. STX조선해양이 희망퇴직을 받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수주 물량이 단 1척도 없고, 남아 있는 물량도 내년 1분기가 마지막 생산이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으로 건조물량이 거의 없는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회사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고정비 절감이 필요해 절박한 심정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정부의 지원금도 마다했다. 현실적으로 지원금을 받아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STX조선해양은 "회생을 위해 경남도에서 고민과 제안을 해 준 부분은 정말 감사하지만 장기적인 회사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고정비 자체를 낮추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6개월의 한시적 지원은 장기적인 대안이 되지 않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도 다음달 1일부터 부서를 20% 줄인다.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통합하고 기존 부서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중공업도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를 조직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은 생존을 위한 위기극복이 가장 우선인 만큼 모든 역량을 투입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다가오는 하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 LNG선 호재 있지만 '수주절벽' 가능성
일각에서는 카타르발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00여척의 건조 슬롯 계약으로 한국 조선이 호재를 맞이해 도약하는 일만 있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호재는 맞지만 실제 발주가 나와야 도움이 되고, 발주가 나와도 2027년까지 수년에 걸쳐서 인도해야하기 때문에 조선업 도약으로 보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LNG선을 제외하고 한국 조선사가 제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수주 소식이 뜸하다는 점도 한국 조선업계의 근심을 더 키우고 있다. 실제로 한국 조선사들은 6월 말까지 올해 수주 목표액의 10% 정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46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나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물동량 감소,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해양플랜트 발주 중단 분위기, 미중무역분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카타르발 LNG 건조 슬롯 계약도 과거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4년에도 카타르는 한국 조선소와 LNG선 90여척 슬롯 계약을 했지만 실제 발주는 53척이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조선사의 수주가 지속적이지 않으면 ‘수주절벽’을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가)2022년 확보한 일감은 약 400만CGT로 올해 중 2022년 인도계약분으로 최소 500만CGT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량 감소, 일감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고용 불안정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의 지적은 이번 STX조선해양 희망퇴직으로 현실화됐다. 조선업계는 코로나19 확산세 둔화 말고는 딱히 묘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의 진정을 기다리겠다"며 "비대면 수주 활동 등 모든 역량을 다해 수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