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맞춤 '집콕놀이 꾸러미'… 발빠른 가정 연계학습

      2020.06.30 17:43   수정 : 2020.06.30 18:20기사원문
녹음이 우거진 자연 환경으로 둘러싸인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에 위치한 청계숲유치원. 6월 30일 오전 9시 40분에도 등교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연령별로 시간을 나눠 등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김정숙 원장은 "교육보다 방역을 우선하며 학부모들도 유치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다행히 이제 아이들도 익숙해져서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 발 빨랐던 원격수업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낸 원격수업. 초등학교 1~2학년도 원격수업에 어려움이 있어 EBS 방송 등을 활용한 점을 생각하면 유치원은 고충이 더 컸음이 짐작됐다. 최근 안산유치원의 집단식중독 여파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치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청계숲유치원은 아이들의 특성에 착안해 다행히 답을 찾았다.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활동적인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나서서 '집콕 놀이 꾸러미'를 만든 것이다. 지난달 16일 교육부에서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외 체험학습'을 출석으로 인정했지만 청계숲유치원의 결단은 그보다 빨랐다.
휴업기간이었던 지난 3월 25일과 4월 13~14일, 28일 3차례에 걸쳐 온라인 및 가정안내문을 통해 집콕 놀이 꾸러미를 배부해 가정 연계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대다수의 유치원이 학습지 위주로 원격수업을 진행한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집콕 놀이가 긍정적 효과를 보자 이번 주에는 동화책을 읽고 책을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꾸러미를 배부할 예정이다.

개원 이후에는 방역에 중점을 뒀다. 밀집도 최소화를 위해 급식시간도 11시 20분~13시까지 3개 학급으로 나눠 진행했다. 1개 학급이 식사를 마친 뒤에는 서울시교육청 지원 인력이 바로 바로 방역을 진행했다. 식탁은 행주 대신 소독수와 살균 티슈를 사용해 닦고, 3명이 앉는 테이블에는 2명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식사를 했다.

원격수업 매뉴얼 정립 시급

본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공용으로 사용하던 연필, 수저 등도 개인별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급식실로 이동할 때도 개인 수저를 가지고 이동하고, 급식실을 갈 때와 식사후의 동선을 나눠 아이들 간 접촉을 최소화 했다.

이런 방역 활동에도 어려움은 여전했다. 등원일을 나눠 격일 등원을 진행했지만, 학생이 여전히 많았던 것이다. 유치원 특성상 맞벌이 부부가 많아 60명 정원인 청계숲유치원은 방과후 과정에 46~50명이 참여하고 있다.

놀이가 필요한 아이들의 원성도 있었다. 거리두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였다. 수업 중 아이들끼리 대화를 하더라도 거리를 두게 할 수 밖에 없어서다.
놀이에 대한 고민은 원격수업에도 묻어났다. 코로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 놀이가 포함된 새로운 매뉴얼을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유아교육진흥원 등과 연계해 원격수업 영상을 제작하면 유치원에서 활용하기 한결 수월할 것"이라며 "현재는 다른 유치원들과 학습방법을 공유하며 우리 유치원 환경과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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