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첫 날…"번거롭다" "나가라는 거냐" 곳곳 시끌
2020.07.02 06:01
수정 : 2020.07.02 10:47기사원문
(전국종합=뉴스1) 이상휼 기자,이정민 기자,박세진 기자,오현지 기자,김용빈 기자 =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가 다중이용시설(고위험시설) 등에 한해 도입한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행 첫날인 1일 밤 뉴스1기자들이 의정부, 전주, 부산, 제주, 청주 등 전국 각지 현장을 찾아 실태를 취재했다.
서울과 맞닿은 의정부시의 대표적 유흥밀집지대인 행복로 일대 곳곳을 다녀본 결과 QR코드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코인노래방, 노래연습장 서너곳을 방문한 결과 아무런 제지없이 입장시켰다. 발길을 돌려 20대들이 주로 모인다는 '헌팅포차'에 들렀더니 역시나 착석할 것을 권했다. 취재진이 "QR코드 확인 안 하냐"고 묻자 그제서야 종업원은 "QR코드를 보여달라, 우리가 처벌 당한다"면서 정색을 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3주간 노래방·클럽 등 8개 종류 고위험시설에서 QR코드 의무화 계도기간을 거쳤지만, 다수 업소들은 번거롭다는 이유로 수기 작성을 고집했다. 취재진이 찾아간 해운대의 코인노래방 직원은 "좀 이해해달라. 업소 특성상 수시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손님마다 일일이 QR코드를 확인하기 번거롭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수기로 명부를 작성해도 된다는 말이 있어서 굳이 QR코드로 확인해야겠느냐"고 너스레를 쳤다. 인근에 위치한 해운대 모 감성주점은 QR코드 인증을 받고 손님들을 입장시켰다. 다만 이 업소측은 "새벽시간 손님들이 대거 몰릴 경우 줄을 서고 기다리는 손님들과 다툼이 있을까 걱정이다"면서 난감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취재진이 전자출입명부제 지도점검을 담당하는 상당구청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취재했다. 성안길의 한 노래방에 들어서자 대학생 2명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발급받고 있었다. 직원의 별다른 설명없이도 학생들이 출입절차를 거쳤다. 노래방 직원 도명환씨는 "계도기간 시작 날부터 QR코드 출입을 도입했다"면서 "QR코드나 수기 명단 작성없이는 출입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무살 안팎의 손님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발급도 쉽게 받고 안내에도 잘 따라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자주 찾는 인근 번화가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업주들은 술에 취해 오는 손님들이 많은 데다가 대부분이 QR코드 발급 과정을 어려워하고 거부감도 크다고 토로했다. 상당구 금천동 한 노래방 업주는 "하루에 손님 한두팀 받기도 힘든 상황인데 QR코드를 찍어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도 무섭다"면서 "어렵게 말을 꺼내면 '지금 나가라는 거냐'면서 버럭 화내는 손님들이 있어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밤 전북 전주시 신시가지 일대는 불야성이었다. 신시가지 중심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10여곳의 감성주점·헌팅포차가 양 갈래로 포진돼 있다. 다수 주점 출입문에는 전자출입명부 사용법이라고 적힌 안내용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한 감성주점 앞에는 플라스틱 책상 위에 손소독제와 출입명부가 비치됐다. 이 주점 직원 2명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열 감지기를 들고 출입문 앞을 막고 섰다. 이들은 QR코드 사용법이 담긴 A4용지를 한 손에 들고 "빠른 입장을 위해 QR코드를 미리 준비해주세요"라며 길게 줄 선 손님들을 향해 목청껏 외쳤다. 이 주점은 10일 전부터 QR코드를 도입했다고 한다.
반면 한 헌팅포차는 QR코드 의무 도입 사실도 모른 채 출입명부 수기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가서 그 이유를 묻자 한 직원이 "오늘이 시행 첫날이냐. 잘 몰랐다"고 되묻고는 자취를 감췄다. 하나의 거리였지만 제멋대로 규칙이었다.
손님들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직원 요구에 재빨리 QR코드를 스마트폰 화면에 띄우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방법을 모른다"며 알려달라는 손님 요구도 빗발쳤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 남성은 "차라리 방명록을 쓰겠다"면서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에 직격탄을 맞은 제주도는 뭍에 비해 '계도기간'을 늘려 직접 단속을 자제했다.
QR코드 출입이 의무화됐으나 제주지역은 인식기 미설치 등을 이유로 일제 단속을 실시하지 않고 당분간 계도기간을 이어갈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날 방문한 제주시 일도2동의 한 단란주점의 QR코드 인식기는 무용지물이나 진배없었다. 이용객 대부분이 QR코드 사용에 서툰 중장년층이라 사용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50대 단란업주는 "이 시국에 손님도 없는데 QR코드를 모른다고 해서 손님을 받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인보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위생과 과장은 "QR코드가 의무화 됐지만 당분간은 강력한 계도 위주로 방침을 정했다"며 "계도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주들을 대상으로 불이익을 고지하고 설치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고위험 시설 출입자 명단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주점, 노래방 등 위험시설에 전자출입명부를 의무화했다. 이날부터 시행이지만 약 1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고 처벌유예하기로 했다. 전자출입명부 설치가 의무화되는 고위험군 시설은 전국의 Δ노래연습장 Δ유흥주점 Δ감성주점 Δ콜라텍 Δ헌팅포차 Δ단란주점 Δ실내스탠딩공연장 Δ실내집단운동시설 등 8개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