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하나 두고 '갇힌 유기견'과 '노는 반려견'..고양시 반려동물 놀이터의 현실
2020.07.03 07:00
수정 : 2020.07.03 16: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양시에서 덕양구에 최근 조성한 ‘반려동물 산책 체험 놀이터’가 많은 반려인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놀이터 운영시간부터 놀이터 위치까지 반려인들은 물론 보호하고있는 유기견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려동물 산책 체험 놀이터는 현재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뒷마당에 마련돼 있다.
여기서 문제는 유기견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개들의 짖음으로 인한 '소음'이다.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길을 잃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유기견들은 견주와 함께 뛰어노는 다른 개들을 바로 앞에서 볼 수 밖에 없다. 놀이터를 찾은 개들을 보고 유기견들이 짖기 시작하면, 놀이터를 방문한 개들도 같이 짖어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산책 체험 놀이터가 반려인과 반려견, 유기견 등 그 누구도 고려하지 않은 위치에 조성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놀이터를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한 견주는 "보호센터 안에 있는 유기견들은 자신을 버리고 간 견주나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그런데 놀이터를 찾은 개들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게 어떻게 쉼터라고 공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견주는 "나의 반려견과 유기견이 벽하나를 두고 너무 극과극인 삶을 사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놀이터 이용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반려동물 산책 체험 놀이터를 담당하는 고양시 관계자는 "유기동물센터 뒤에 남는 공터가 있어서 서정대학교 애완동물학과 교수와 고양시 의원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친 후 놀이터를 조성하게 됐다"라며 "일산 서구에도 반려동물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좋은 취지로 공터를 놀이터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양시가 '반려인들의 아지트'를 겨냥해 운영하는 반려동물 산책 체험 놀이터의 운영시간은 평일부터 주말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최소 6시 이후에 퇴근하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퇴근 후 방문할 수 없는 구조이다.
반려견을 기르는 한 주민은 "평일에 칼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집에 와서 반려견을 데리고 나가면 최소 7시는 돼야 한다"라며 "운영을 오후 6시까지만 한다면 평일에는 이용하지 말라는 말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놀이터 운영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까지)은 공무원 근무시간에 맞춘 것"이라며 "저녁에 반려견 놀이터를 관리할 직원들이 없는데 개들이 짖으면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개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영시간 조정이 필요한지 고려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