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발 묶여도, 삶 있는 곳엔 희망 있어요"

      2020.07.03 04:00   수정 : 2020.07.03 04:00기사원문
둥글둥글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에바 알머슨(사진)의 그림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9월 20일까지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로 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당초 계획대로였으면 방한을 했겠지만 그는 올들어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작업실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알머슨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요즘은 모두에게 이상하고 어려운 시기일 것이다. 스페인에선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외출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점점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코로나로 인한 이런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연약함에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함께 걸어나가고, 해결책을 위해 함께 싸울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줬다는 점에서 우리의 강인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변화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인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한국에서 2018년 전시 이후 2년 만의 전시인데 이에 대한 소감은.

▲감사한 일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한국인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작가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제목을 '인생(Vida)'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사실 전시 타이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결정됐다. 나는 내 작품 속의 삶과 그림의 강력한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내게 있어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다. 내 작품들이 굉장히 자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와 관련된 상황들은 전시 타이틀에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 그리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다가오게 됐다. 삶을 위한 투쟁은 우리가 직면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투쟁이다. 요즘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이 더 깊은 의미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모든 작품은 내게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모든 작품은 내게 있어 중요한 순간을 멈춰놓고 저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하지만 아마도 '삶'이라는 작품이 이번 전시를 잘 요약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작품 속 여성의 손에 앉은 새들은 활기있게 날개짓을 하고 있고, 자유롭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과 닮았다. 우리는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잃지 않도록 소중히 보살펴야 한다. 이 작품은 소중한 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감사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스페인에서는 '삶이 있는 곳에 희망도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 전시에선 처음으로 미디어 작품도 선보이는데.

▲이번 전시회의 3개 섹션이 저의 책으로 구성돼 있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각기 다른 소재, 이를테면 영상, 설치작품 등으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제작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다른 기법을 사용해서 작업을 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나는 항상 내 드로잉을 영상화하는 것을 꿈꿔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됐다. 어찌보면 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전시를 통해 보다 생생하고 자유롭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그간의 전시를 통해 '행복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는 행복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감정들을 작품에 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관점이 긍정적이고 모든 것을 희망에 찬 관점에서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행복한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영향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그림을 보면 그림 속 인물들은 항상 행복하고 평온해 보인다. 밝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

▲내 삶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이 있었고 내리막길도 있었다. 그리고 복잡한 순간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려운 순간에 나는 모든 힘을 상황을 타개하는데 집중하고, 모든 관심사는 그것을 일찍 끝내는데 돌리려고 노력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말이다. 그림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항상 그곳에 있었다. 그림은 마법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이번 전시를 보는 한국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즐겁고 흥미로운 전시 관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최소한 전시장 안에 있는 동안에는 당신을 걱정시키는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 채로 온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시 동안은 모든 걸 잊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거다.
예술에는 무궁무진한 힘이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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