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존심' 때린 추미애..윤석열 사퇴할까
2020.07.04 09:20
수정 : 2020.07.04 09:20기사원문
헌정사상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 2005년 천정배 장관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윤 총장을 더 지켜보기 어려우면 결단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秋, 검찰의 '자존심'을 겨누다
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 양상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과거 강금실-송광수, 천정배-김종빈, 황교안-채동욱 등도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의 관록을 보유한 추 장관은 검찰조직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최 ‘초선 의원 혁신포럼’ 강연에서도 "윤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 장관 말을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관련 '재지시'를 생각했다고 밝히며 "재지시는 검찰사에 남는 치명적 모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총장이 계속해서 자신과 대립각을 세울 시, 검찰의 자존심을 흔들 수 있다는 강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검찰은 자존심과 명예, 독립성으로 사는 조직 아니냐"며 "추 장관의 성품을 볼 때 그냥 하는 말은 절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尹, 전국 검사장 긴급소집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3일 전국 검사장을 소집해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해석되는 만큼, 이에 대한 검찰 내부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돼 오후 7시까지 약 9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간담회에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하다'는 문제제기도 나왔고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선 '사퇴불가'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내부 '항명 논란'을 일으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논의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률상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상급자인 만큼, 윤 총장의 반발이 클 수록 추 장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 윤 총장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은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검사장 간담회 내용과 상관없이 '윤 총장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사퇴가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윤 총장이 대선후보 앞순위에 이름을 올린 여론조사까지 발표되자 윤 총장의 사퇴가 '정치적 반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야권 내부에선 윤 총장의 정치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다 사퇴하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다 밀려났다'는 정치적 메시지는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