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분다는 건, 소망을 담는다는 것
2020.07.06 16:29
수정 : 2020.07.06 16:29기사원문
처음엔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었고 그 다음엔 가족의 숨결과 제자들, 친구들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작가는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풍선을 나누어주고 바람을 가득 불어줄 것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소망을 떠올리며 그 소망을 풍선 속에 담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들이 풍선을 불면서 기원하고 소망했던 단어들은 어머니, 성취, 여행, 일상의 기적, 정의, 재미, 매력 그리고 사랑이었다.
"형태를 가질 수 없는 우리의 호흡과 숨결, 소망이 풍선 안에서 하나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죠. 풍선이 내 가족의 초상이 되고 또 숨의 기억이 된 것입니다."
작가는 그렇게 사람들의 숨을 모으고 조각으로 만들었다. 숨이 들어간 풍선의 모양 그대로 본을 떠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금속 재질의 풍선으로 다시 형태화시켰다. "각각의 풍선 탑은 어떠한 집단의 탑이기도 합니다. 가족이기도 하고요.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어떠한 자리 순간의 기억이기도 하지요."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난 뒤에 보는 풍선 탑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아우라를 풍긴다.
그는 이렇게 10년 넘게 숨을 모으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2012년과 2013년, 2018년에 했던조각 삼부작 전시의 모음이다. 여기에 여섯점의 평면 작품 '인간질서' 연작도 더해졌다.
전통적인 미술 재료인 캔버스에 밑칠과 공업용 은색 페인트가 분무된 작품들로 때로는 미완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작가 또는 관람자가 '완결'이라고 정의를 내리는 순간 작품은 완성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홍석 작가는 "어떠한 상식과 기준점, 시스템을 비트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이번 전시의 제목인 작은 사람들의 영문명 '숏 피플(short people)' 또한 일부러 문법과 맞지 않게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그 행간을 다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전시는 오는 8월 16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