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명성황후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껴요"
2020.07.06 16:29
수정 : 2020.07.06 19:25기사원문
뮤지컬배우 차지연이 1인극 '그라운디드'를 거쳐 서울예술단의 창작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로 돌아온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갈등과 정치적 세력 다툼을 그린 작품. 차지연은 2013년과 2015년 이어 5년 만에 다시 명성황후 역할을 맡았다.
차지연은 국악계 인간문화재 외할아버지와 통기타 가수 출신 엄마로부터 재능을 이어받아 뛰어난 가창력을 갖춘 배우로 평가받는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배우 입장에서 녹록치 않은 작품이다. 격동의 역사에서 상반된 역사적 평가를 받는 실존인물 명성황후 혹은 민자영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초연 당시 대본을 보고 숨 쉬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마치 시멘트 덩어리가 내 몸 위로 부어지며 굳어진다는 느낌이랄까요. 명성황후의 삶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죠. 장성희 극작가의 손에 이끌려 참여했고, 예술단 선배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혼의 저 밑바닥까지 다 끌어냈죠."
차지연은 5년 만에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무대에 다시 서니 5년 전 무대와 달라 보이는 점이 많다고 한다. "작품을 다시 만났을 때 이전과 다른 차원의 깊이, 풍성함을 느꼈죠." 2015년 결혼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는 이런 변화가 "결혼과 출산의 영향 같다"며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제 안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른 무엇이 생겼다"고 했다. 이번엔 명성황후를 '조선의 미래는 곧 내 아이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로 해석해봤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니 예전엔 이해되지 않은 것들이 술술 풀렸죠. 연기는 좀 더 담백해졌어요. 과함을 덜어냈죠. 한 여인의 치열한 삶과 고민에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속에 공연을 준비하는 복잡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마스크를 끼고 연습하는 모습을 볼 때면 늘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가창을 해야 하는 배우들은 마스크를 벗지만 무용을 하는 예술단 선배들은 마스크를 낀 채 극중 갑신정변(1884년)처럼 격동적인 장면을 소화하죠. 마스크 속 그들의 숨소리, 땀이 범벅이 된 연습실, 서로 표정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주고받는 연기… 슬픈 장면 같아요."
앞서 그는 마스크를 쓴 관객들의 모습에서도 서글픔을 느꼈다. "'그라운디드' 커튼콜 때마다 울었어요. 관객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무대를 바라봐서 깜짝 놀랐어요. 그들의 표정을 못 봐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천생 무대 체질인 그는 "요즘 무대의 소중함을 더욱 크게 느낀다"고 했다. "모든 작품에 그야말로 내 영혼을 갈아 넣습니다. 괴롭다, 힘들다, 하지만 재미있다. 이 과정의 반복인데요. 무대서 탈진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지만, 그래서 바닥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곳도 무대죠." 공연은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1일 fn 20주년 음악회 무대 올라
차지연은 오는 3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이낸셜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음악회'에 가수 조성모,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함께 한다. 뮤지컬계 '젠드 프리' 캐스팅의 주역으로 활약해온 그는 문제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이번 무대서 그는 이 뮤지컬을 여는 대표 넘버 '마음 속의 천국'을 비롯해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해 열창한 '천년의 사랑'과 '담배가게 아가씨'를 선보인다. 여전사 캣츠걸의 파워풀한 무대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