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분양가까지 옭아매면서… "공급 확대" 공수표 만든 규제들
2020.07.07 18:07
수정 : 2020.07.07 18:07기사원문
국토교통부가 4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3기 신도시가 첫삽을 뜨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이 떨어진다. 서울시 역시 그린벨트 해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대 의지가 강해 이마저도 가능할 지 의문이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하자 국토부 역시 이행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3기 신도시 효과 미흡
문 대통령이 공급 확대방안으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확대를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공급 문제 해결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2018년 12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곳을 발표한 데 이어 2019년 5월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5곳의 3기 신도시 30만가구 주택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사업속도가 빠른 왕숙, 교산, 계양 등에서는 아파트 착공을 1~2년 앞두고 입주자를 앞당겨 선정하는 사전청약 방식으로 내년에 9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토지보상 문제, 아파트 건축 등을 고려했을 때 시간이 걸리는 데다 서울 핵심지역으로 쏠리는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3기 신도시보다는 서울 강남 등 핵심지역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당 역시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와 공공시설물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박 시장의 반대가 심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3기 신도시를 공급해도 과천 정도만 강남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3기 신도시 발표로도 집값을 잡지 못했는데 서울 외곽에 추가 택지를 공급한다고 집값이 안정되긴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 등 핵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강화에 재건축 2년 실거주 조건까지 더했다. 사실상 내년부터는 재건축 사업이 올스톱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재개발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 이상 공적임대 조건이 있고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은 공급단지가 적어 서울 도심에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목표로 도입됐지만 결국 공급을 줄이고 집값을 폭등시킬 수 있어 '조삼모사'식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35층 제한 풀고, 용적률 높여야
서울시의 한강변 35층 층고제한과 용적률 250~300% 제한 등도 도심에 추가 공급하는 길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은 주변 경기도에 비해 더 엄격한 용적률제한과 35층 층고제한까지 적용됐다. 수요가 많은 곳의 용적률이 더 높아야 하는데 정작 외곽 지역의 용적률이 더 높은 '아이러니'다.
서울 뉴타운·재개발 해제구역 개발을 활성화하면 아파트를 최대 10만가구가량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시가 2018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 해제한 정비구역 393개소 중 20년 이상 건축물 60% 이상인 지역이 344개소(87.5%)에 달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도심 내 유휴부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뉴타운이 해제된 지역의 노후 주택가를 재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