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불허' 1인 시위 "사법부가 한국선 가벼운 처벌 인식 심어준 꼴"
2020.07.07 19:56
수정 : 2020.07.07 19: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여성단체들이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재판부의 결정을 잇달아 규탄하고 나섰다.
7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는 규탄집회와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전날인 6일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정문경·이재찬 부장판사)는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씨가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여성의당은 이날 낮 12시30분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허 판결은)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한국이라면 아동성착취를 자행해도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결 이후 '현명한 판단 감사하다'고 밝힌 손씨 아버지의 발언에 대해서는 "범죄자 측으로부터 '현명한' '감사'란 말을 듣고도 창피할 줄 모르는 재판부가 어찌 국민들의 분노를 읽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판부가 미국의 송환 요청에 응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를 하나도 대지 못했다"며 "강영수 부장판사의 탄핵을 밀어붙여 피해자보다 범죄자를 대변하는 재판부는 국민으로부터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부터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익명의 여성활동가 모임 edn(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역시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를 규탄했다.
edn은 "손정우의 '미국 송환불허'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한민국 재판부가 정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손정우는 왜 이리도 강력하게 한국에서 처벌받기를 바랐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한국 사회가 여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많은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식의 처벌을 하며 그들을 보호해 준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며 "정부 또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을 방관할 경우 책임과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여성 약 30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직후 edn은 오후 7시30분까지 사법부에 여성들이 전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담아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서초구 일대에서는 재판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도 이어졌다. 남성 A씨(49)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손정우는 미국으로" "#사법부도 공범이다"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A씨는 "손정우의 미국 송환불허 판단은 사회가 여성을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판결을 보고 화가 나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바로 인근에서 20대 여성 B씨도 "손정우 미국 송환 거부한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판사는 손정우의 공범이자 가해자이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edn 집회에 참석한 수험생 C씨(20)는 "지금 대한민국의 디지털성범죄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 안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사법부도공범' 이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벌써 3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디지털성범죄를 규탄하는 시민단체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8일 오전 11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사법부에 분노한다"는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손정우 미국 송환불허 판결을 시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