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버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계약금 반환은?
2020.07.08 14:44
수정 : 2020.07.08 14: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실상 깨져버린 인수합병(M&A)을 두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감정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홀딩스가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스타홀딩스 측은 제주항공이 언급한 선결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라며 맞서고 있다. 두 회사가 이렇게 공방을 벌이는 건 향후 제주항공 측이 이스타홀딩스에 기지급한 계약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항공업계에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는 이미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 모회사)애경 내부에선 이미 지난 5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며 "매수자인 제주항공이 인수 의사가 없다면 이 거래는 이미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산된 거래에 양측이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를 제주항공이 기지급한 계약금(계약금 125억원+대여금 100억원)을 돌려 받으려면 거래 파기의 책임소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홀딩스 측에 오는 15일(10거래일 내)까지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문제는 선결 조건에 대해 두 회사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제주항공 측이 주장하는 선결 조건은 이스타홀딩스가 해결할 수 없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사안 해소와 이스타항공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 등 그간 이스타항공이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을 먼저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이 추산한 미지급금 규모는 약 1700억원 상당이다.
제주항공이 밝힌 미지급금 규모 추정치 1700억원은 앞서 알려진 규모보다 훨씬 많다. 지금까진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373억원), 2~5월 이스타항공 체불임금(240억원)과 조업료·운영비까지 약 800억원으로 추산됐다. 제주항공 측은 "구체적인 항목은 공개할 수 없는 추정치"라면서도 "운영비는 계속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타홀딩스 측은 계약서 상 선결 조건은 모두 해소한 만큼 제주항공 측 공문처럼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스타홀딩스는 입장자료를 통해 "계약변경 당사자인 리스사에서 합의한 문건을 이메일을 통해 보냈다"며 타이이스타젯 보증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체불 임금도 마찬가지다.
이스타홀딩스는 앞서 최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의 보유지분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해 체불 임금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지분엔 제주항공이 낸 계약금 125억원과 대여금 100억원에 대한 질권이 설정돼 있고 이스타항공에 들어오는 자금도 체불임금을 해결할 수 없는 80억원에 그친다고 맞서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5일 전까진 거래가 무산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선결 조건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