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통제 자신감? 김규봉 감독, 뻔뻔했던 이유 있었다

      2020.07.09 10:46   수정 : 2020.07.09 10:55기사원문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김규봉 감독이 국회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명백한 증거가 공개된 가운데서도 혐의를 부인했던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의 핵심 가해자 김규봉 감독. 그가 국회의원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김규봉 감독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거듭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 및 폭언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폭행 상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음에도 이상하리만큼 당당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김규봉 감독은 경주시청에서 최숙현 선수에게 상습적으로 폭행 및 폭언을 가한 인물이다.
최숙현 선수는 이같은 가혹행위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철인3종협회, 경찰 등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최숙현 선수가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김규봉 감독이 쌓아올린 거대한 벽 앞에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동료 선수의 양심고백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SBS는 지난 8일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윤정이 경찰 및 대한체육회에 의견서를 내면서 함께 제출한 전·현직 선수 10여명의 진술서가 자발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진술서를 쓴 선수 중 한 명은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윤정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의 주장대로 폭행이 없었다는 내용의 거짓 진술서를 작성했다. 최숙현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김규봉 감독에게 유리한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 다음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죽음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규봉 감독, 장윤정과 함께 최숙현 선수에게 직접 신고를 당한 가해자인 '남자 선배' 김도환 역시 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고 김규봉 감독은 물론 자신도 최숙현 선수를 폭행했다고 고백했다.

김도환은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자격정지 10년의 징계를 받은 인물. 김도환 역시 김규봉 감독, 장윤정과 함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다가 양심의 가책을 받고 진실을 알리기로 했다.

결국 김규봉 감독은 녹취록만으로는 자신의 범죄 행위를 입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 폭행과 폭언으로 소속팀을 이끌어왔던 것처럼 제자 선수들에게 거짓을 강요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이는 결국 최숙현을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지난 6일 국회에서는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 2명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콜라 한잔을 먹어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어치 사와 새벽까지 먹고 토하기를 반복시키고, 견과류를 먹었다고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폭행했다고 김규봉 감독의 악행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김규봉 감독은 해당 사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일관된 답변을 했고, 증언이 있는데도 인정하지 않느냐는 말에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대신 '팀 닥터'로 불린 안주현 씨의 폭행을 자신은 말리기만 했다며 안 씨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우는듯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선수들 관리 감독에 소홀했고 폭행 사실에 무지했던 부분들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드린다"고 자신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폭행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체육계 내부의 폐쇄성, 지도자-선수 간 수직적 관계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봉 감독 역시 폐쇄적인 환경 속에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수직적 관계를 이용해 제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하지만 양심선언이 잇따르면서 뜻대로 상황을 100% 통제하지는 못했다.
이미 철인3종협회는 김규봉 감독을 영구제명했다. 이제는 사법기관으로부터 죗값을 치를 때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가해자들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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