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경제과욕'… 집값·고용 다 꼬였다

      2020.07.09 18:25   수정 : 2020.07.09 19:42기사원문
'경기도 살리고, 집값도 잡고' '최저임금 올리면서 고용도 늘리고'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려는 문재인정부의 과욕이 결국 J노믹스(문재인 경제정책)를 점점 더 꼬이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증권·금융·고용 시장 전반에서 '성장과 분배' 및 '혁신과 규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두 토끼' 잡기용 정책이 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거친 파열음마저 일고 있다. 100점짜리 정책을 내겠다는 정부의 과욕이 오히려 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한 대중요법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두 개의 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목표를 희생시켜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원리를 무시한 채 이해충돌이 큰 정책을 동시에 구사할 경우 정책 일관성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엇박자 논란에 휩싸였다.
9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0%인 상황에서 시중 통화량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와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에 대거 돈을 풀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 집값이 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유동성 공급과 집값 잡기를 동시에 하겠다고 나서면서 부동산 정책 곳곳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검토 중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강화 방안도 정책 엇박자 사례로 거론된다. 현재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하는데 이 중과 세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높이면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할 수 있는 퇴로를 막게 된다.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원칙과도 상반된다.

하루아침에 투기꾼이 돼버린 임대사업자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세제 혜택까지 주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월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제, 금융 혜택을 받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016년 말 20만여명이던 임대사업자는 52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임대사업자 장려 정책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돌연 투기세력으로 취급,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정부는 현재 임대사업자와 관련한 종부세 등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고용도 잡겠다는 정부의 의욕도 시장의 혼란을 낳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소상공인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고용 창출도 동시에 잡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금 상승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각 사업장에 자동주문기를 도입하는 등 인력 대체 방안을 마련해 오히려 실업률을 높이는 꼴이 됐다.
크라우드 펀딩 등 모험자본 육성을 선언하면서도 한쪽에서는 펀드에 양도세 과세를 추진하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 정부는 굉장히 옛날식의 경제이론에 고정돼 정책으로 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큰 오판을 하고 있다"며 "시장 개입은 한쪽에 개입하면 다른 쪽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준다.
한쪽을 잡으면 나머지는 불가능하다고 인식해야 하는데 문 정부는 그런 마인드가 없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이진혁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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