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극명 '반도'..."대작 개봉 그 자체로 의미 커"

      2020.07.10 09:12   수정 : 2020.07.10 09: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화 ‘반도’가 15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첫 공개됐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재난 좀비 영화라기보다 좀비 창궐로 폐허가 된 한반도를 무대로 총기와 차 액션신이 두드러지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완성됐다.

전편 ‘부산행’의 국제적 인지도에 힘입어 ‘반도’는 해외 185개국에 선판매됐다.

영화 자체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나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줄 대작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완성도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주역을 맡은 강동원은 앞서 “4년 전 한국을 탈출해 해외서 살다가 거절할 수 없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배역을 설명했다. 또 ‘반도’ 출연 이유로 “한국산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라는 점”을 꼽았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란 종말 이후 인류의 삶과 운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영화를 뜻하며, ‘매드맥스’ ‘나는 전설이다’ ‘더 로드’ 등이 대표적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로 “‘부산행’ 할 때 헌팅을 다니다가 페허의 장소를 많이 봤다”며 “‘부산행’이 잘되면 꼭 이런 페허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바람이 ‘반도’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작은 소녀가 큰 차를 몰고 좀비들을 쓸어버리는 이미지를 구상했다. 거기서부터 출발 했고, 준이(이레 분) 역할에 투영했다." '체험형 영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전작 '부산행'은 관객들이 기차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실제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며 "'반도' 역시 관객들이 미지의 공간에 들어가서 맞닥뜨리는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액션도 '부산행'과는 완전히 다르다. 카체이싱, 총기 액션 등을 통해 체험형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 "좀비 장르 연상호식 아포칼립스 비주얼로 보여줬다" vs. "전작에 못미치는 세계관, 드라마 약한 활극"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은 “‘부산행’이 좀비라는 소재를 한국화하는데 성공했다면, ‘반도’는 좀비 장르를 연상호 식 아포칼립스 비주얼로 보여주는 데 성공한 영화다”고 평가했다.

“일단 CG나 카레이싱 같은 볼거리 연출이 안정적이고, 배우들 캐릭터와 연기도 잘 맞아떨어진다. 강동원, 이정현, 이레가 중심이고 캐릭터가 적지 않은데 각각 비중도 적절히 살렸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가 떠오르는 장면도 여럿 있는데, 이는 ‘반도’가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는 "애니메이션으로 경력을 시작한 연 감독은 21세기 CG 블록버스터에 최적화된 감독이 아닐까 싶다”며 “CG를 잘 갖고 노는 감독”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기대가 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엄마, 여동생과 함께 살아남은 ‘들개’로 불리는 생존자) 이레와 (미치광이가 된 군부대의 최고책임자인 서대위 역할의) 구교환이 영화를 구했다”며 “감독의 의도 여부를 떠나 지나치게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를 참고 혹은 염두에 둔 연출이 거슬렸다”고 밝혔다.

“캐릭터 집중도와 매력도가 아쉽다. 이레와 구교환만 눈에 띄었다. 190-200억원 대작영화에선 주인공의 매력도가 중요하다. 근데 여성 캐릭터 3인방을 여전사로 강조하면서 정작 주인공인 강동원 캐릭터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당혹스럽다. 국내에서는 드라마가 약한 활극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 전작들과 달리 감독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좀비의 역할도 달라졌다. ‘부산행’에선 좀비가 되는 인물이 암울한 시대를 상징하며 좀비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면 ‘반도’에서는 인간 대 인간의 대결로 갈등의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좀비가 액션의 도구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가 영화 기획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암울한 미래를 그린다는 점이 코로나19에 지친 관객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점은 시장 전체로 볼 때 반가운 일이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영화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 시기 대작 개봉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전년 대비 시장이 28% 무너졌고, 온라인 시장마저 감소세다. 이런 상황에서 화제의 대작은 반갑다.
대형 배급사가 앞장서서 어려운 시기에 대작을 개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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